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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온 Jul 22. 2020

퇴사 후 짧은 여행에서 깨달은 것들

나를 나답게 해주는 여행

안녕하세요 생기발랄 그녀입니다 :)


저는 지난주 급! 제주도에 다녀왔어요. 친구가 숙소 잡아놨으니 올거면 오라고 해서 냉큼 다녀왔는데 친구는 2박 하고 돌아가고 저는 간 김에 더 있고 싶어서 혼자 2박을 더 했답니다. 코로나 때문에 퇴사하고 아무 데도 못 가다가 처음 간 여행이었고 계획에 없었기 때문에 모든 곳을 즉흥적으로 다녔는데 그래서 더 즐거웠고, 다시금 깨달은 것도 있네요.




혼자 여행한 2박 3일 중 하루는 책방 투어를 했습니다. 한 책방의 서가에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코너가 있었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았던 책 한 권을 구입해서 읽었어요. 서점 문 닫을 시간이 돼서 조금만 읽다 나왔는데, 이 책 왠지 작가님이 저 읽으라고 쓰신 게 아닐까 싶었어요(웃음). 몇 페이지 못 읽었는데도 형광펜 칠하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 몇 구절만 소개할게요.



'인생은 쉼표 없는 악보와 같기 때문에 연주자가 필요할 때마다 스스로 쉼표를 매겨 가며 연주해야만 한다.'



'사람들은 당신의 이름을 알지만, 당신의 스토리는 모른다. 그들은 당신이 해 온 것들은 들었지만, 당신이 겪어 온 일들은 듣지 못했다. 따라서 당신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라. 결국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아니라 당신에 대한 당신 자신의 생각이다. 때로는 자신과 자신의 삶에 최고의 것을 해야만 한다.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최고의 것이 아니라.'



그 어떤 길도 수많은 길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너는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하나의 길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을 걷다가 그것을 따를 수 없다고 느끼면 어떤 상황이든 그 길에 머물지 말아야 한다. 마음이 그렇게 하라고 한다면 그 길을 버리는 것은 너 자신에게나 다른 이에게나 전혀 무례한 일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이 한 가지를 물어보라. '이 길에 마음이 담겨 있는가?' 마음이 담겨 있다면 그 길은 좋은 길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 길은 무의미한 길이다. .. (중략).. 한 길은 너를 강하게 만들고, 다른 한 길은 너를 약하게 만든다.



다수가 선택하는 길을 벗어난다고 해서 낙오되는 것이 아니다. (중략)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 있든 가고 싶은 길을 가라, 그것이 마음이 담긴 길이라면. 마음이 담긴 길을 갈 때 자아가 빛난다.






지난 이야기에 이어 퇴사 후 많이 받았던 질문 이야기 다시 해볼게요.


"퇴사하니까 뭐가 제일 좋아?"


이 질문에 대한 답에는 1초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싫은 사람 안 보는 거."



제주도 이야기를 다시 해볼게요. 저는 원래 여행을 할 때도 큰 도시보다는 작은 마을이나 자연 경관을 보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제주에서 마지막 날 혼자 어디를 갈까 지도를 보다 치유의 숲을 찾았어요.


 


치유의 숲에는 여러 산책로가 있어요. 가운데를 관통하는 제일 큰 산책로와 옆길로 여기저기 나있는 산책로까지요. 저는 쭉 뻗은 제일 큰 산책로가 아니라 조금 더 구불구불하고 시간이 더 걸리지만 숲속으로 나 있는 작은 산책로를 택해서 걸었어요.  



이름처럼 산책만 해도 치유받을 수 있을 만큼 숲이 너무 아름답고 새소리, 물소리, 풀잎들 어느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어서 정말 세상 행복하게 산책을 하고 있었답니다.



치유의 숲에는 음식물 반입이 안되고, 일행과의 대화는 소곤소곤 해달라는 팻말이 여기저기에 적혀있어요. 산책하는 내내 제가 잠시 노크하고 새들의 집에 방문했다고 여겨질 만큼 새소리가 가득한 숲이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한 커플이 너무나 시끄럽게 대화하고 크게 웃으면서 걸어왔어요. 숲속이 울릴 만큼 쩌렁쩌렁했고, 그 길을 그들과 계속 같이 걸을 생각을 하니 너무 싫어서 얼른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요.


걷다 보면 가운데 큰 쉼터가 있는데 그곳에는 기대 누워 하늘을 볼 수 있는 의자가 있어요. 누워서 보는 풍경과 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이제 좀 맘 편히 쉬어야겠다 했는데 이번에는 앞에서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의 무리가 음식을 꺼내 드시면서 또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대화를 하고 계셨어요. 처음 몇 분 동안은 저러다가 마시겠지 했는데 대화가 깊어갈수록 목소리도 점점 커져갔고, 새소리를 들으며 쉬고 싶었던 저는 고성방가에 가까운 소음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틀어도 들리는 소음에 결국 그곳에서 하늘 보기는 포기하고 자리를 떠나 더 깊은 숲속으로 걸어갔어요.




이 날 숲속을 걸으면서 몇 가지를 다시금 깨달았어요.



첫째, 인생의 길도 이 숲속의 길과 다르지 않다. 목적지까지 반듯하게 잘 정리된 길로 빨리 가는 방법도 있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길도 반듯하지 않지만 가는 길에 더 많은 새와 나무, 풀잎을 만날 수 있는 길도 있어요. 심지어 목적지가 같은데도 이러한데 개개인마다 삶의 목적지가 다 다른데도 제일 크고 반듯한 길만 원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내 길을 걸으면서도 계속 다른 사람의 길을 보고 부러워하거나 비교하면서 말이에요. 그러다 큰 길로 가서 걷다가 이건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할 테고요. 그래서 저는 그냥 제가 더 즐길 수 있는 작은 숲길로 걷는 걸 택했어요.


사실 인생의 길은 숲길처럼 지도나 이정표가 있지 않아서 언제 어디로 튈지도 모르고, 이 길에 끝에 혹은 한 치 앞에 뭐가 있는지도 알 수 없어요. 그래서 더욱더 지금 내가 서있는 이 길을 즐기면서 걸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둘째, 나는 싫어하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함께 있으면 매우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다.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는 것을 좋아해요. 혼자 여행할 때면 길에서 아무에게나 말도 잘 걸고 금방 친해져서 늘 재밌게 다녔어요. 여행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배우고, 얻는 에너지가 큰 사람이었어요. 직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적어도 내가 참여할 모임이나 만날 사람들을 선택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몰랐던 거예요. 내가 보기 싫은 사람과 함께하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말이에요. 좋은 사람을 통해 얻는 에너지가 +100이라면 싫은 사람을 통해 얻는 나쁜 에너지는 -오조오억이 되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그 모든 것이 완벽했던 치유의 숲에서도 음식을 먹고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나는 이런 사람이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어요. 사람을 좋아하는 것엔 변함이 없지만 싫은 사람을 마주하는 건 또 다른 일이더라고요.


부럽게도 싫은 사람과 있어도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요. 회사 생활 얘기니까 그냥 다들 아시는 단어, "또라이"라고 지칭할게요. 또라이들을 그냥 앞에서는 적당히 웃으면서 대해주고 평소엔 없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는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워 자기 직전까지도 싫었던 일이 떠오르는 사람이었어요. 그날 숲에서도 옆에 다른 아주머니 한 분께서는 아무 일 없는 듯 누워서 쉬시더라구요. 나도 저렇게 신경을 안 쓸 수 있는 사람이면 정말 좋겠는데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런 나를 바꿀 수 없고 그 사람을 바꿀 수 없다면 내가 피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회사 다닐 때도 부서 이동도 자주 했었는데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때문에 결국 청정한 지역은 없었네요.  저처럼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도 개인마다 대처하는 방법은 다 다르겠지요. 인생에 정답은 없으니까, 각자의 방법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행복해지면 되는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떤 걸 싫어하고, 어떤 걸 좋아하시나요?




결론은 나를 강하고 빛나게 만드는, 마음이 담긴 길을 걸어야겠다 생각했어요.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아예 안 만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피해 갈 수 있으면서, 소소하더라도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읽으면서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예전부터 걷고, 여행하고, 사진 찍고 또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유럽 여행을 하다가는 사진찍느라 정신이 팔려서 타야할 기차를 놓쳐버린 적도 있어요.


사실은 오래전부터 사진가, 여행작가가 되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못했어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좋은 카메라 살 돈이 없어서라는 핑계만 대며 사진 찍고 글쓰기를 미뤄왔는데 이제는 정말 뭐라도 꾸준히 쓰고 찍고 싶어요. 어디서 제대로 사진을 배운 적도 없고, 사진을 엄청 잘 찍는것도 아니고, 아직 좋은 카메라도 없지만 이것 또한 저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말이겠죠?


사진가나 여행작가가 되는 일도, 그리고 그걸로 먹고사는 건 더욱 쉽지 않을 거예요. 세상에 저보다 사진도 잘 찍고 글도 잘 쓰고, 세계 방방곡곡 여행  다니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그렇지만 적어도 이제는 해보지도 않고 지레 짐작하지 않을래요. 꼭 모두가 대단하고 유명한 사람이 되야하는건 아니잖아요?


이 길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고, 또 가다가 다시 다른 길로 가고싶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이 길을 걸어볼까해요. 아직 게시물이 2개밖에 없는 인스타 계정에 부족한 저의 사진을 업로드해보려고 해요. 이렇게 여럿 앞에서 말해야 게으른 제가 계속 업로드할 것 같아서 공표합니다! @remember_voyage 놀러 와주시고 사진 안 올라오면 뭐라고 해주세요 히히.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 적고 보니 지난 포스팅에서 예고했던 질문 이야기는 못했네요, 그건 아마 다음 이야기에서 하도록 해볼게요!?


오늘도 두서없이 적어 내려간 생기발랄 그녀의 퇴사 그 두 번째 이야기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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