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온 Jul 30. 2020

자신의 기준에 따를 것

갭이어(Gap year)를 갖는 중입니다.



안녕하세요 생기발랄 그녀입니다. :)



세 번째 이야기를 쓰기까지 딱 한 달이 걸렸네요. 주변에 애독자인 분들이 3편을 당장 내놓으라고 몇 주 전부터 그랬는데 말이에요. 요즘 되도록이면 무슨 일이든 정말 제 마음이 진짜 동할 때만 하려고 하고 있어요. 해야 해서, 해야 할 것 같아서 하는 일들 말고, 진짜 하고 싶어서 하는 일만 하려고 말이에요.



다들 그렇겠지만, 회사에 다닐 때는 억지로 해야 하는 게 정말 많잖아요. 반갑지 않은 사람, 싫은 사람을 보고도 억지로 웃어야 했고, 동의하지 않는 말에 억지로 맞장구쳐야 했고, 내 가치관과는 상반되는, 때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을 시켜도 억지로 해야 했지요.



자, 여기까지는 세 번째 이야기를 늦게 가져온 저의 변명 아닌 변명이었고요(웃음). 사람들에게 퇴사를 이야기할 때 많이 들었던 질문과 그에 대한 저의 생각을 다시 이어서 얘기해볼게요.






회사 안이 전쟁터면
회사 밖은 지옥이라던데??



어느 한 단어가 절대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물론 사전적 정의는 내릴 수 있겠지만, 일정한 형태나 실체가 있는'사과'같은 단어가 아니라'지옥'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 말이에요.




누군가에게는 예술이 누군가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듯이 물속에 사는 물고기는 제아무리 아름다운 남태평양 해변의 모래사장에 내어놓더라도 그곳이 지옥이며,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야 하는 독수리를 제아무리 호화롭고 아름다운 동물원의 새장에 가두어 놓는다 할지라도 그곳은 지옥일 테니까요.



마찬가지로 한 개인이 어떤 공간에서 어떤 감정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모른다면, 그러니까 다시 말해 지옥에 대한 공통되고 합의된 정의가 없는 상태에서 지옥을 논하는 것도 의미가 없겠죠.




어느 곳이 지옥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에게 '회사 밖은 지옥이다'라는 말이 적용될지라도, 반대로 회사가 지옥인 사람도 있어요. 무엇에 대한 판단을 하든 간에 늘 '다른 사람들의' 그리고 '세상의' 기준과 잣대가 아니라 그것이 '나에게' 어떤지를 기준으로 생각해보아야겠죠.



또한, 흔히들 하는 저 비유는 그래도 지옥보다는 전쟁터가 낫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지옥에 비해 전쟁터가 낫다는 것은 또 누가 정한 걸까요?


그리고 꼭 어느 곳이 지옥이라 느낄 정도로 최악의 상태여야만 그곳을 피해야 할까요?



회사 안이 전쟁터면, 회사 밖이 지옥이라는 말 자체도 납득이 잘 안되긴 하지만 백번 양보해 그렇다 하더라도, 세상에는 전쟁터(A)와 지옥(B)만 있는 게 아니죠. C도 있고 D도 있고, … Z도 있고요. 이 외에도 수천만 가지의 선택지가 있을 것이고요. 그래서 퇴사를 하는 의사결정은 A vs B의 선택이 아니라 A vs Not A라고 생각해요.



결론적으로 저는 A는 아니라고 판단했고, Not A를 선택했어요.







두렵거나 불안하지 않아??



회사에 다닌다고 해서 미래가 두렵지 않고 불안하지 않을까요?



두 질문 모두 정답은 없습니다. 지옥에 대한 정의와 마찬가지로 두려움과 불안이란 단어의 정의도 사람마다 다르고,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원인과 대상도 다 다를 것이니까요.



저는 회사를 다니는 7년 동안 내내 불안하고 두려웠어요. '나 정말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게 아니라 이렇게 사는 대로 생각해도 되는 걸까?' 하고 말이에요.



누구나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겠지요. 그저 다가올 알지 못하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계속 이렇게 살았을 때 다가올 미래가 두렵더라고요. 그래서 바꾸고 싶었어요 미래를.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살면서 말이에요.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지요.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다.







그래서 뭐 할 건데? 회사
다니면서 준비하면 되지 않아?



이 질문 역시 각자만의 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회사를 다니면서 퇴사 이후를 준비할 수 있고,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사실 제가 퇴사를 마음먹은 시기에는 그래서 뭐 할 건지 정말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어요. 단지 이 길은 내 마음이 담긴 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고, 정말 당분간은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었어요. 7년 동안 회사에서도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정말 정신적으로 힘든 일도 많았고요.



근데 그냥 좀 쉬면 안 되나요? 걱정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래서 뭐 할 건지 완벽한 계획서가 있어야만, 그리고 그 훌륭한 계획과 청사진으로 주변인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낸 후에야 그만둘 수 있는 건가요? 그 기준은 누가 정하고, 누가 판단하는 거죠?



우리는 뭘 위해 그렇게 쉼 없이 앞으로 달리고 있는 걸까요? 새해에 다이어리를 사면 늘 앞에 적어두는 좋아하는 문구가 있어요. 빨강 머리 앤에 나오는 말이에요.


대부분 사람들은 삶을 마치 경주라고 생각하는 듯해요.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려고 헉헉거리며 달리는 동안,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경치는 모두 놓쳐 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경주가 끝날 때쯤엔 자기가 너무 늙었다는 것, 목적지에 일찍 도착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외국에서는 많이들 하고 있는 갭 이어(Gap year)라는 게 있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여행이나 봉사활동 같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아 성찰과 진로 탐색의 과정을 1년 보내는 거예요. 좀 더 일찍 이런 시간을 가졌어도 좋았겠지만, 저는 지금 갭이어를 갖는 중입니다. :)






오늘도 개인적인 생각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써 내려가 보았는데요, 세 가지 질문 모두 정답은 없습니다. 오직 '나'의 답이 있을 뿐이죠. 혹시 퇴사를 고민하는 분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이렇게 말하는 저의 글도 잊으시고, 꼭 본인만의 답을 찾으시기를 바랍니다.




생기발랄 그녀의 퇴사,

그 세 번째 이야기 여기서 마칩니다. :)





글. 사진 : 생기발랄 그녀 (Copyright 2020. 생기발랄 그녀. All rights reserved.)







이전 02화 퇴사 후 짧은 여행에서 깨달은 것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