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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온 Jul 22. 2020

삼성전자 입사 후 7년, 그리고 퇴사 이야기

안녕하세요 생기발랄 그녀입니다 :)

                                                                                                                                                                                                                                                                                       

벌써 눈 깜짝할 새 2020년 상반기가 끝을 향해 가고 있어요. 인생이 늘 그래왔듯이 상반기에도 많은 일이 있었네요. 몇 달 전 저는 7년간 다녔던 삼성전자를 퇴사했어요.



그간 많이 받은 질문들에 다시 한번 답하면서 제 생각도 좀 정리해보려고 해요.





"그 좋은 직장을 왜??"


많은 사람들이 물었고, 또 묻고 있습니다. 그 좋은 직장을 도대체 왜 그만두셨냐고. 지금 다 말로 하기엔 너무나 long long story가 있었다고 그저 웃으며 말하는 저에게, 한 사람이 재차 물었습니다. 그 long long story를 한 마디로만 말한다면요?



저는 답했습니다. 행복하지 않아서요.



요즘같은 시국에 무슨 배부른 소리냐구요? 로또 됐냐구요?

아니요.. (로또는 정말 됐으면 좋겠네요..)



하루 24시간 중 잠을 6~7시간 잔다고 가정했을 때, 깨어있는 시간 17~18시간.



출퇴근 시간까지 포함하면 그중 평균 10시간, 야근할 때면 12시간도 넘게 있는, 그러니까 가용한 내 시간의 절반보다도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행복하지 않은 건 정말 크리티컬한 문제 아닐까요? 그것도 그게 몇 년이나 계속 그래왔다면 말이에요.



제 닉네임은 생기발랄 그녀예요. 왜냐면 저는 정말 생기발랄하거든요(웃음).



한 번은 대학교 수업 시간에 한 이상한 교수님이 저를 혼낸 적도 있어요. 워낙 웃고 있는 얼굴이다 보니, 저는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너는 내 수업이 뭐가 웃기냐라고 말이죠.



그런데 회사에 들어가고 나선 생기는 커녕 웃음도 없어지고, 느는 건 한숨과 스트레스.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적인 발전없이 현실에 안주하게 되더라구요.





"결정적인 계기가 뭐야?"

퇴사라는 큰 결단이 어떻게 한 가지 일이나 사건의 결과로 나왔겠어요. 7년간 내 인생에서 있었던 수천만 가지

의 사건들의 결과로 나온 일이지요. 그런데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일화가 있어요.



사실 우리 모두 누가 언제 죽을지 정말 아무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재작년 그러니까 2018년 1월 생애 처음으로 종합 건강검진을 받았어요. 추가로 검진할 수 있는 항목을 선택할 수 있는데 아무 생각 없이 가장 비싼 게 이득이지, 하며 심장초음파를 선택했어요. 그런데 검사하던 분께서 어?라고 하시더니, 끝나고 교수님과 상담을 하셔야겠다고 했어요. 교수님은 심장 초음파상 판막에 종양 같은 것이 관찰된다고 대학병원에 가보라는 것이 아니겠어요? (두둥)



그래서 일주일 뒤 서울의 모 대학병원에 예약을 하고 갔는데, 악성 종양은 아니지만 이게 잘못될 경우 떨어져서 혈관을 타고 다니다 뇌 쪽으로 가거나 하면 최악의 경우에는.. 쩜쩜쩜 하시면서 말잇못 하시더라구요. 그런 상태로 2주 뒤에 다시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는데 어쩜 그렇게 시간이 안 가던지요.



그런데 2주 뒤에 검사를 하러 갔는데도 그 의사분께선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는 개심수술을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어린데.. 하시면서 아무런 의학지식도 없는 저에게 수술을 할지 말지 선택하라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더니 결국은 그냥 6개월 뒤에 보자고 하고 마는 거예요.. 이런 답답한 노릇이 있나요..



심장 전문으로 유명하다는 다른 모 대학병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검사 영상을 보시고는 그 의사선생님께서 저에게 물었습니다. "여기 올 때 뭐 타고 왔나?"



"지하철이요.."



"그래, 그럼 여기서 진찰받고 지하철 타고 집에 가다가 지하철에 갑자기 불이 나서 죽을 수도 있는 거고, 내일 북한에서 김정은이 핵을 발사해서 우리 다 같이 죽을 수도 있는 거지. 이 정도는 평생 모르고 살다가 죽는 사람도 많아. 식자우환이야. 걱정하지 말고 남은 인생 그냥 행복하게 살아."



안도의 한숨과 함께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렇게 식자의 우환이 사라진 후 다시 평소처럼 바쁘게 지내다보니 내가 이런 일이 있었던가도 잊힐 만큼 일상으로 돌아가 여느 직장인처럼 퇴사짤만 모으며 지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올해 결국 퇴사하게 되었네요. 그 2년 사이에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현실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건 그리 쉬운 선택은 아니에요. 누군가에게 퇴사를 하라고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아니구요. 그냥 지금의 제 이야기를 남겨두고 싶었어요. 계속해서 다짐하고 돌아보기 위해서.



하지만 이것만은 말하고 싶어요. 내가 참 소중하고, 오늘 하루가 참 소중하니까,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사실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이전의 삶은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는 것 말고는. 여기서 또 많이 받는 질문, "그럼 회사 다니면서 준비해보면 되지 않아?"가 나오는데요. 그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에서 하기로 해요.                                   



생기발랄 그녀의 퇴사 그 첫번째 이야기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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