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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온 Sep 17. 2020

왜 굳이 지금 퇴사를?

네 번째 이야기

안녕하세요 :)


긴 장마와 태풍이 지나고 어느덧 가을이 왔네요. 아침저녁으론 이제 긴팔을 입어도 될 것 같아요.


이전에 답했던 질문들에 이어 오늘은 "왜 지금??"이라는 주제에 대해 얘기해볼게요.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작년 여름 '급' 계획에 없던 두 번째 인도 여행을 떠났어요. 처음 인도에 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인도에 가리라 생각을 하고 출발하는 데까지 2주가 걸리지 않았어요. 일단 비행기를 예매했어요. 여유 있게 비자를 발급받을 시간이 없어서 비싼 돈 주고 급행 비자를 발급받았죠. 휴가를 탈탈 털고도 모자라서 내년 휴가까지 풀로 당겨서 16박 17일을 다녀왔어요.


왜 이렇게 갑자기 그것도 인도를 또 가냐고 사람들이 물었어요. 저는 말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요.." 그냥 진짜 그때 가야 할 것 같았고 미루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올해가 되어보니 정말 그때가 아니었다면 못 가게 되어버렸어요. 나중에 가자고, 내년에 가자고 미루었다면 아마 지금쯤 엄청 후회하고 있겠죠?


얼마 전 읽었던 수필의 한 대목이 생각나네요.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밀어 두며 다짐했던 '다음에'란 시기는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찾아오지 않았다. 다음은 항상 다음이었다. 시제가 아닌 부정을 나타내는 말, 다음에. 다음에는 미래의 어느 시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아닐 뿐이다.



퇴사, 지금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못할 것 같았어요. 연차와 직급이 올라갈수록, 그만큼 월급은 또 오르겠죠. 흔히들 월급을 마약에 비유하곤 하는데, 마약 투여량이 많아지면 당연히 더 끊기 힘들겠죠? (적고 보니 좀 무섭네요..) 어떤 일에 완벽하고 적절한 때가 올까요? 그때가 오면 나는 알 수 있고, 할 수 있을까요?


강릉 갈매기, 안녕


 

언젠가 할 거라면


맘속으로 퇴사를 결심한 뒤의 어느 날이었어요. 집에 오는 길에 비가 억수같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우산이 없었어요. 지하철역 입구에 서서 세차게 바닥을 치며 내리는 굵은 빗줄기를 보며 잠시 생각에 빠졌어요. 지하철역 입구 지붕 아래에서 비를 피하며 조금이라도 빗발이 약해지기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비를 맞더라도 얼른 뛰어서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갈 것인가. 저의 선택은 후자였어요.


간만에 준비 없이 비를 만나 젖은 채로 집에 들어왔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시원한 기분마저 들었고, 어찌 보니 내가 처한 상황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안락한 지붕 아래에서 조금 더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빨리 원하는 곳으로 갈 것인가. 저는 여기서도 후자를 택하기로 했어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하죠. 언젠가 퇴사할 거라면, 언젠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또 언젠가 실패할 거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해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더 나이가 든 뒤에 매를 맞으면 타격이 더 클 테니까요. 어차피 회사는 날 책임져주지 않잖아요. 언제 나에게 '안녕히 가십시오. 멀리 안 나가겠습니다. ^^'하며 자동문 버튼을 '띡-'하고 눌러줄지 모르는 일이에요.



그렇게 퇴사를 하고 저는 강릉으로 이사를 왔고, 평화롭고 소소한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강릉에서의 일상 조만간 공유해볼게요.


네 번째 이야기 여기서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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