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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온 Jun 03. 2021

커피의 의미

“저는 커피 마시면 잠을 못 자서, 차 마실게요.”

요즘 누군가와 만나서 카페에 가면 항상 하는 이야기이다. 늘 내가 차나 음료를 마시는 것만 본 사람들은 아마 믿지 못하겠지만, 회사에 다닐 때는 하루에 세 잔까지도 커피를 마셨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한 잔, 점심 먹고 동료들과 한 잔, 오후에 일하다가 또 한 잔. 그때는 그렇게 마셔도 잠을 잘 잤는데, 이제 마시지 않을 버릇을 하니 조금만 늦은 오전에 마셔도 새벽 서너 시까지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사실 잠을 깨기 위함이 아니었다. 잠이 전혀 오지 않아도 그냥 습관적으로 사 먹었다. 매일 아침 출근길, 로비에 있는 카페에 들러 아이스 라떼를 주문한다. 잠시 기다리면 진동벨이 울린다. 진동벨과 커피를 교환한다. 아직 섞이지 않은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빨대로 저으며 엘리베이터를 타러 간다. 이 일련의 과정은 그리 깊은 생각을 거치지 않는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것은 그저 출근하는 나를 위한 보상이었다.


사무실에는 층마다 무제한 마실 수 있는 커피 머신도 있다. 그런데도 늘 카페에서 커피를 샀다. 물론 내가 라떼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서비스를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로비를 걸으며 ‘차가운 도시 여자’가 되는 기분 자체를 즐긴 것도 같다. 내심 커리어 우먼이라는 자부심도 느꼈을 것이다. 점심 식사 후 동료들과 마시는 커피도, 오후에 일하다가 마시는 커피도 마찬가지다. 결국 커피를 마시는 것은 심리적인 이유, 즉 기분이 좋아지기 위함이었다. 습관처럼 하루 세 번, 커피를 마시는 순간의 즐거움을 샀다.


소비가 주는 즐거움의 유통기한은 짧다. 이번 6월은 유통기한이 긴 즐거움으로 가득 채워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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