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온 Jun 19. 2021

욕구불만

 회사에 다니는 7년 내내 나는 한 가지를 찾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일의 의미였다. 분명 나의 일이 회사의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그렇지만 내 인생에서 그 일이 주는 의미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일의 의미’를 찾으며 고민하는 내게 주변 사람들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일에 의미를 두지 마. 회사는 딱 ‘월급 받는 곳’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그러면서 퇴근 후와 주말에 원하는 취미를 즐기기 위한 돈을 버는 곳으로만 생각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대화상대는 계속 바뀌었지만 늘 결론은 비슷했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야기하는 그들을 보며 나만 유별나고 이상한 것인지 생각했다. 요즘처럼 취업의 문턱을 넘기도, 먹고 살기도 어려운 시기에 ‘일의 의미’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대단히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퇴사 후, 나는 더 이상 일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물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잠시 파트타임 강사로 일하고 있지만, 돈을 받기 위해 하는 일보다는 내게 의미 있는 일들로 하루하루를 채우려고 노력한다.    

 

지난주 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였다. 아이들에게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에 대해 가르쳤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사실 그동안 이 이론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나서 깨달았다. 나는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었던 것이라는 것을.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음을. 단지 저마다 욕구가 다른 것뿐이고, 나는 채워지지 못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 고민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모든 문제가 그렇다. 결국 답은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 나의 고민에 답해주는 이들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게 또 어떤 새로운 욕구가 생겨나는지 잘 살펴야겠다. 



이전 07화 커피의 의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