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아침이 크게 달라졌다. 회사에 다닐 때의 모습은 이랬다. 알람이 울리면 좀비처럼 일어나 씻으러 간다. 암막 커튼은 그대로 쳐둔 채 불을 켜고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한다. 눈이나 비가 오는지, 온도는 몇 도인지 보고 입을 옷을 생각하며 머리를 말린다. 옷을 챙겨 입은 뒤 전날 퇴근 후 던져놓았던 가방을 들고, 신발은 구겨 신은 채 엘리베이터를 타러 간다. 엘리베이터에서 신발을 마저 신고,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달려간다.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하는 이유는 옷을 챙겨 입기 위함이다. 하지만 사실상 챙겨 입은 옷이 제 기능을 하는 시간은 하루 두 번뿐이다. 집을 나서 회사 건물로 들어가기 전까지 한 번, 그리고 퇴근 후 건물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한 번. 점심 먹고 산책을 하는 날은 세 번이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날씨와 바람을 느낄 새가 없이 하루가 간다. 통유리 건물에서 일해도 하늘을 바라볼 여유는 거의 없다.
퇴사 후,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바로 창문을 여는 일이다.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햇살이 눈부신지 흐린지 내 두 눈으로 확인을 한다. 정말 별거 아닌 일이지만 창문을 열어 날씨를 확인하고, 하늘을 보며 기지개를 켜는 그 시간이 좋다. 마치 ‘하루’라는 이름의 문을 실제로 여는 느낌이다. 퇴사 전의 하루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시작되었다면 이제는 내가 주체가 되었다. 이전에는 아침마다 이미 돌아가고 있는 트레드밀 위에 놓이는 기분이었다. 그저 하루가 바삐 흘러가는 대로 나도 따라 흘러갔다. 트레드밀 밖으로 나온 지금은 원하는 대로 속도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새로운 날을 오롯이 느끼며 아침을 여는 것, 조금은 느려도 내 의지로 걸음을 내딛는 것. 어쩌면 퇴사 후 느끼는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다. 내일 아침도 화창한 마음으로 창문을 열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