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페 / 오흐리드
작고 평온한 호반도시, 오흐리드
오흐리드에 도착하던 날. 숙소에 반해버렸다. 만화에서 튀어나온듯한 귀여운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작은 숙소였는데, 정원엔 색색깔 꽃들이 가득하고, 그 꽃들 너머로는 오흐리드 호수가 내려다보였다. 비현실적으로 예뻤다. 할머니는 어떻게 이렇게 예쁜 정원을 가꾸셨을까. 매일 해 질 녘이면 정원에 앉아 저렴하지만 맛은 기똥찬 마케도니아 와인을 홀짝였다. 할머니의 정원이 주는 포근한 느낌 때문이었을까. 옆방에 머물던 폴란드 가족도 윗방에 머물던 한국인 가족도 모두 친해져서는 밤마다 같이 수다를 떨었다.
참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빨간 지붕들이 다닥다닥 내려다보이는 언덕, 작고 예쁜 골목길, 밤이면 불을 밝히는 호숫가 레스토랑들. 이런 마을에서도 범죄가 일어날까?!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오흐리드로 보내야 한다.
Viva la Vida
오흐리드에 머무는 동안 날씨가 흐릴 때도 있고 쨍할 때도 있었지만 성 요한 카네오 교회까지 산책을 다녀오는 걸 잊진 않았다. 매일 의식처럼 교회까지 걸어갔다 호수를 따라 걸어 나오는 게 우리의 일상이었다. 어느 날인가는 교회가 북적였다. 가까이 가보니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세상에 호숫가 결혼식이라니, 너무 로맨틱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하객들이 아카펠라를 시작한다. 노래는 무려 Coldplay의 Viva la vida!!!! I used to rull the world~ 하는데 소름이 좍 돋았다. 수십 명의 하객들이 부르는 비바라비다는 감동 그 이상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장소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축가를 들으면서 결혼하는 부부라면 평생 행복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레스토랑 글래디에이터
원형경기장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레스토랑이 하나 있었다. 이름은 글래디에이터.
무시무시한 이름과 다르게 레스토랑은 너무 작고 귀여웠다. 야외 테라스엔 딱 2명만 앉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 있었는데, 여기가 나와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자리였다. 글래디에이터 레스토랑의 테라스에선 원형경기장도, 오흐리드 호수도 내려다보였다. 맑은 날은 눈이 부시게 예뻤고, 흐린 날은 운치가 있었다. 뜨끈한 핫팟도, 달큰한 디저트도 맛있었던 전투사 식당. 오래오래 그 자리에 있어주길...
Short film I
Short film II
스코페 거리를 걷고 있는데, 세탁세제 프로모션 트럭이 지나간다. 홍보직원과 눈이 마주쳐 웃어주었는데,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 활짝 웃으면서 세제 샘플을 우리에게 쥐어준다. 우리 세탁세제 떨어진 줄 어떻게 알았지?! 정말 기가 막힌 우연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공짜 세제! 것두 2개나! 운수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