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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니 Sep 27. 2019

오늘도 퇴근하고 운동하러 갑니다

헬린이 도전기 (a.k.a 쇠질중독)


27년동안 나는 표준 또는 그 이상의 몸무게로 살아왔다. 한 번도 표준 이하 거나 말라본 적은 없었다. 다만 하체에 비해 상체와 얼굴에 살이 없고 다 년간 부모님과의 등산으로 다져진 체형 덕분에 체중에 비해 말라 보인다는 소리를 종종 듣긴 했다.


살면서 제일 몸무게가 많이 나갔을 때는 대학교에 갓 입학하고 술과 과방(+자취)이라는 신세계를 경험했던 스무 살이었다. 몸무게의 앞자리가 바뀌고 나니 잘 안 찌던 옆구리와 얼굴까지 술살이 붙어 심술상이 되었다. 그 사태(?)를 커버하기 위해 짙은 화장과 튀는 스타일을 하며 더 열심히 나를 꾸몄고, 그건 큰 실수였다.

제일 풋풋하고 예쁠 그 나이에 나는 술과 밤샘, 그리고 최소 두 달에 한 번씩 바꾸는 헤어 컬러와 호피와 까마귀 퍼 재킷을 넘나드는 패션 스타일로 나의 흑역사를 열심히 써나가고 있었다.



상경 후 대학교 생활의 첫 학기를 마치고 집에 내려갔던 날. 쌍둥이인 언니와 나는 똑같이 불어버려 현관에 마중 나온 엄마를 당황하게 했다. 그때 엄마의 어쩔 줄 모르고 일그러지는 표정이란.


그 이후 살을 빼기 위해 단식도 해보고 한약도 먹어보고 채식도 해보고 별 짓을 다해봤다. 원래 찌는 체질은 아니라 몇 년을 거쳐 정상 몸무게로 돌아왔지만 워낙에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해서 잘 부었고 여기저기 군살도 많았다. 국토대장정이며 오르막이며 걷는 걸 워낙 좋아한 덕분에 하체는 늘 튼튼했다.



스물일곱을 맞은 해, 3년간 다니던 나의 첫 직장을 퇴사한 후 창업을 하면서 나에게는 소용돌이 같은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심적으로 불안한 나를 돌아보며 어딘가에라도 확실한 중심을 잡지 않으면 잡념을 떨치지 못하고 휩싸인 채 일 년을 보낼 것 같았다. 뭐라도 해보자 싶어 필라테스를 끊었다. 수업은 주 2회 꾸준히 다녔지만 식단 조절은 별도로 하지 않았던 덕에 건강하고 튼튼하게 벌크업(?)이 되고 있었다.


그 무렵 친한 언니가 나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해왔다. 언니는 한창 운동, 그것도 웨이트에 빠져 있었다. 헬스장을 다니며 원래 마른 몸에 근육을 붙여 피트니스 대회를 나가기도 했다. 자신의 좋은 영향력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걸 좋아했던 언니는 나에게 ‘웨이트 프로젝트’를 같이 시작해 보자고 했다. 다음 날 점심으로 크림 파스타를 최후의 만찬으로 먹은 뒤 홍대에 헬스장을 끊었다.



크림 파스타를 가득 먹고 처음 잰 인바디는 그야말로 ‘과하다!’였다. 몸무게며 체지방률이며 심지어 근육량도 과하다. 근육형 과체중으로 가고 있는 단계에 있었던 나. 그래도 근육량이 높아 다행이라며 근육량은 유지하되 체지방률을 내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지금은 공개할 수 있는 나의 비포,

팔과 다리, 특히 허벅지와 복부에 군살이 집중되어 있었다. 워낙 복부 힘이 어릴 때부터 약해서 볼록한 강아지 배를 하고 다녔기도 했지만 커가면서도 복부 운동은 끔찍하게 싫어한 덕분에 이리되었다.




총 5개월의 식단 조절과 웨이트를 병행하는 프로젝트로 5개월의 마지막엔 바디 프로필이 기다리고 있었다. (11월 5일 촬영 예정)

아직도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한 달을 남겨둔 상황에서 내가 몸을 만들어 간 과정들을 몇 화에 걸쳐 기록해보려 한다.







이건 2주 전에 측정한 인바디! 4개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체중 58.9kg -> 52.9kg

체지방률 27.0% -> 21.7%

근육량 39.7kg -> 38.3kg

내장지방 레벨 5 -> 3



물론 정말 독하게 안 먹고 몸만 만든 건 아니었고 파티하고 친구들 만날 때는 술도 마셨고 출장 가느라 일반식도 먹었지만 그 외에는 웬만하면 매 끼니마다 부지런히 관리 식단을 싸다니며 먹었고 운동도 최소 일주일에 세 번은 갔다.




나에게 몸무게의 감소나 체형의 변화보다도 가장 큰 효과는 바로 운동을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머리가 복잡할 때면 약속을 잡지 않고 (있던 약속도 취소하고) 운동을 하러 갔다. 땀을 뻘뻘 흘리며 유산소 + 근력운동을 하다 보면 그동안에는 다른 잡생각이 들지 않았다. 운동이 끝나고 샤워를 하고 나오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또한 스스로의 자존감이 높아졌다. 단순히 날씬해져서 몸이 좋아져서 자존감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내가 뭔가 꾸준히 하는 끈기 있고 멋진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무언가 꾸준히, 독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그런 뿌듯함 말이다.


하루를 아침저녁으로 운동으로 채워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내일 먹을 식단 도시락을 위해 고구마를 삶고 닭가슴살을 자른다. 마냥 굶거나 내 몸을 아프게 하지 않고 건강하게 예뻐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그러다 보면 내 몸을 더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붙인 이 프로젝트의 제목은 Perfect to me. 앤 마리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는데 ‘나에게 완벽한 것’이란?이라는 물음에서 출발했다.

단지 완벽한 몸매나 외형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나의 몸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기 위한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하다 하다 나는 내 몸을 가지고도 프로젝트를 하는 기획자이며, 덕분에 쇠질 중독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앞으로 해보려 한다.





그리고 11.14 바디프로필 촬영을 했습니다. 응원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

자세한 후기는 아래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sweety9735.blog.me/221721057523





재밌게 살기 위해 애쓰는 기획자 보니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신 뒤 공감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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