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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훈 Jan 04. 2020

날아라 강아지

초등학생 이전의 기억이 별로 없다. 아무리 떠올려봐도 어머니한테 혼난 기억밖에 나질 않는다. 그래도 6살 때의 나의 첫 강아지는 기억한다.


내 고향은 경주. 할아버지 집은 포항. 할아버지께선 논농사와 밭농사, 그리고 겨울엔 엿을 만드셨다. 집도 차로 1시간 거리에 일감도 많고 효자였던 아버지는 매주말마다 할아버지 댁에 가셨다(동생, 어머니를 포함한 가족 전부). 친구들은 주말에 놀고 교회도 다녔지만, 주말마다 자유 없이 일만 도왔던 나는 늘 불만이었다.


유일한 낙은 할아버지 댁에서 강아지를 보는 거였다.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키우던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고 했다. 주말이 기다려질 만큼 새끼 강아지가 귀여웠다. 라이온킹에서 나오는 심바를 닮아 이름을 심바라고 지어줬다. 내가 차에서 내리면 심바는 늘 뛰어와 나를 반겼다. 들판으로 논으로 같이 뛰어다녔다. 그렇게 1년을 우리는 같이 컸다.


어느 날이었다. 차에서 내렸는데 심바가 오지 않았다. 할아버지 집 어디에도 없었다. 할아버지한테 물어보니 차에 치여서 죽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그 강아지를 상자에 넣어두곤 내가 올 때까지 묻지 않고 기다리고 계셨다. 처음으로 죽음을 경험했던 6살의 기억이다. 


다시 볼 수 없다는 슬픔과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 그리움에 괴로웠다. 심바를 할아버지 집 앞 언덕에 묻었다. 심바를 다시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이별을 경험했다.


#매일시리즈 #아무리바빠도매일글쓰기 #아바매글 #글밥의매일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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