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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 Aug 04. 2016

2016. 7월 독일 결혼이주자 a, b의 대화

독일은 왜? 한국은 왜?



a 세상이 어쩌려고 이러는지... 요즘 같아선 사람들 모이는 곳에 나가기가 불안해.


b 그러게.  그나마 별 일 없었던 독일마저 요즘 이러니, 이젠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뮌헨에선 이란계 젊은 애가 맥도널드서 총을 쏴서 아홉 명이 죽어, 뷔츠부르크에선 아프가니스탄 젊은 애가 도끼로 관광객을 공격해, 로이틀링엔에선 시리아 난민이 임산부를 찔러, 안스바흐에선 뮤직 페스티벌에서 자폭테러... 아이고 두야! 


a 어떻게 며칠 간격으로 이런 일들이 일어난 다지?


b 들어보니까 이게 IS가 직접 한 일은 아니지만, 니스에서 있었던 여든네 명 사망한 트럭 테러 같은 큰 사회 범죄들에 자극받아서 개인들이 유사 범죄를 일으키는 것 같더라고. 평소에 사회에 불만 갖고 있던 극단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나 정신적 문제가 있던 사람들이 망상에 빠져서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하는 거지. 일이 이렇게 되면 이건 경찰력도 제어가 어렵다는 거야. 


a 어쩌냐... 더 무섭다. 게다가 10대에서 30대 이민자들이 그랬다잖아. 


b 뮌헨 경우는 이란계 독일 10대인데, 자기가 *하르츠 4 가정 출신이라고 그랬대.  이란이 최고라는 생각을 가진 국수주의자에다가 터키인들을 경멸했다지? 그리고 학교에서 자기 괴롭히는 중동계 친구들에게 페북으로 여자 계정을 만들어서 맥도널드 매장에 오면 먹을 거 사준다고 꼬셔서 나오라고 그랬다는 거야.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애들이 불만을 쌓고 있다가 사회가 어수선한 데 자극받아서 모방 범죄를 저지르는 거 같아.


a 열차에서 사람들을 도끼로 공격한 건 또 뭣 짓이야... 딸 결혼식 보러 유럽에 왔던 홍콩 관광객 가족들이 당했다며?


b 아프가니스탄 17살짜리가 그랬다는데, 부모 없이 혼자 독일에 왔는데 미성년자 수용소에 있다가 2주 동안 독일 가정에 위탁 수양되기도 했대. 정신과 치료도 받은 전력이 있다는데... 암튼 집에 IS를 따르던 흔적이 있다는 걸 보니까 ‘정신이 아픈 ‘ 모슬렘 이었던게지.  

독일은 아프간에 미국 영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병했었대.  그래서 안 좋은 감정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독일 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홍콩 관광객들을 해치다니... 가족 없이 홀로 난민으로 온 청소년이 여행 온 일가족을 IS의 이름으로 공격하고... 정말이지 비참한 일이야. 


a 들어보니 더 안타깝고 슬픈 일이네. 이러다가 그나마 난민에 우호적이었던 독일 사람들 분위기가 다 변하겠어.

b 누가 아니래. 몇 달 전 선거에서 극우정당 AFD가 독일 남부에서 예상외로 선전했던 것만 봐도 그렇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못 가진 사람들이 서로 증오하는’ 형국이더라고. 실업급여받고 사는 사람들이 난민 자꾸 받으면 자기네에게 돌아올 국가혜택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더 극우 성향을 띄게 되는 거 같아. 브렉시트도 그런 측면이 있잖아. 없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극우정당이 은근히 부추겼던...


a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주로 보수적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이런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나는 거 같지 않아? 우리가 사는 베를린만 해도 다양한 유러피언들, 이민자들, 난민들 다 섞여서 인종 박람회에 온 것 같지만, 그런 복잡성에 비하면 대형 사건사고는 아직 없었잖아.  


b 그렇지. 물론 ‘베를린은 독일이 아니다. 뉴욕이 미국이 아니듯.’ 뭐 이런 말도 있지만, 이방인을 자주 접하고 그들과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가게 되는 곳에서는 그나마 극단적인 사건사고가 덜한 편인 것 같아. 물론 사람 사는데 갈등이 없을 수 없지만, 이런저런 자잘한 사건 사고들로 조금씩 갈등이 외부로 분출이 되는 것과 꽉 막혀 억압되었다가 한 번에 터져 나오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 않겠어? 벨기에나 프랑스에서 큰 테러가 발생했던 이유도 아마 사회적으로 이방인들이 억압을 많이 받아서 눌렸던 악감정들이 그런 말도 안 되는 잔인한 방식으로 표출된 게 아닌가 싶고. 


a 참! 이번에 **인터그라찌온 코스 신청했어?

b 응. 난민들 신청이 너무 많은지 경쟁이 심해서 겨우 자리 구했어. 아마 20명 정원에 10명 이상은 난민들이겠지.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 난민 신청자들도 길게는 1년도 넘게 기다렸다가 난민 인정받은 다음에야 독어 코스 들을 수 있으니... 그동안 아무 일도 못하고 참 힘들 거야.  그러니 가족 없이 혼자 온 젊은 남성들이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 그런 거겠지. 그래도 지난 학기에는 알레포에서 피난 온 카람이랑 음식도 나눠먹고 친했었는데, 이번에도 좋은 친구들 만났으면 좋겠네. 


a 난 그 인터그라찌온코스도 좀 짜증 나. 독일에 왔으니 꼭 독일어를 배워야 한다는 선생님의 강압적 태도가 너무 심해서.  그게 맞는 말이긴 한데, 생각해보면 독일 말 어느 정도 배워서 자기네 사회를 위해 빨리 일하라는 거잖아? 말을 배워봤자 한계가 있는 외국인들한테는 상점 점원이나 주방 보조 같은 단순노동 일자리만 주어지고... 부가가치가 높은 쪽은 일자리가 잘 안나잖아.


b 그렇지. 근데 어느 사회인들 안 그러겠어? 다 자기 필요할 때는 이민자 받고 필요 없으면 막고 그런 거지. 그런데 그렇게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역풍을 맞는 거 같아. 몇몇 나라들 경우를 보면. 

들어보니까 독일이 1950년대부터 노동력을 다른 유럽 국가들로부터 들여오면서 사회 구성원이 다양해지기 시작했대.  터키에서 특히 손님 노동자들이 많이 왔다지? 그런데 일 다 시키고 돌려보내려고 하니까 남아있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돌아가라고 회유도 하고 협박도 해도 가족까지 초청해서 눌러앉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받아들이게 되었다네? 그러면서도 ‘너희는 우리 문화에 흡수되고 동화돼야 해!‘라고 너무 강경하게 나가서, 특히 언어교육의 일방성 때문에 반발이 엄청 심했나 봐. 이게 이민자 자녀들이 커가면서 사회문제로 불거지니까 이럼 안 되겠다 싶어서 상대 문화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대. 그게 불과 2000년대 초반이니... 많이 열린 것 같이 보이는 독일이라고 해도 최근에 들어서야 이민자 문화를 포용하는 쪽으로 노선이 바뀐 거지. 

프랑크푸르트 시청을 가볼 일이 있었는데 선출직인 명예부시장이 이란 여성이고 지역에 모슬렘 기도 사원 세우는 문제로 지역 주민들과 끊임없이 대화? 투쟁? 하고 있다더라고.ㅎㅎ 한국 같으면 어림없지.


a 정책이나 제도가 바뀌었다고 해도 일반인들 피부에 쉽게 와 닿지는 않는 것 같아. 베를린 같은 대도시는 독어를 못해도 대충 영어로 소통하면서 살 수가 있지만, 거주자로서 인간관계나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으려면 아무래도 그 나라 말을 배우는 게 필요하고, 제아무리 노력해도 한국에서나 ‘배운 사람들’이지 독어로 치면 초등학생 수준이니 이게 한계가 있고...


b 하긴 나 아는 어떤 이는 관공서에서 공무원한테 독어 못한다고 얼마나 멸시를 받았는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욕을 엄청 하더라고. 일처리를 하려면 화를 낼 수는 없고, 그걸 뻔히 알고 있는 상대는 자기가 가진 알량한 권력 나부랭이를 이용해서 무시하면서 비열하게 굴고... 그땐 정말 화가 나서 칼이 있었으면 해코지했을 거라는 거야. 그제야 당하고 사는 사람들 심정이 좀 이해가 되더라는 거지.  얼마나 화가 났으면 그런 생각을 다 했겠어. 다 자기 나라에선 배울만큼 배우고 살만큼 살았던 사람들이었을 텐데... 타국에 와서 살아가는 것도 힘든데 어디 가서 그렇게 멸시당하면 정말 마음에 남는 건 악밖엔 없을 것 같아. 

문제는 그런 상황이 되풀이되면, 결국 전체적으로 사회에 독이 된다는 거지. 


a 독일 공무원들 고답적인 건 유명하잖아.  그 경우는 특히나 심했나 보다. 에구... 우리 그때 그 영화 봤었잖아? '위 아 영, 위 아 스트롱'. 90년대에 북독일에서 베트남 이민자들이 거주하던 아파트에 주민과 경찰들까지 묵인하에 방화하고 테러한 사건... 그것도 사회에 적응 못한 젊은이들이 불만세력이 돼서 약자들을 공격한 거잖아. 보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정치인, 관료들도 한몫했고.


b 그래. 독일 사회도 난리도 아니었던 때가 있었던 거지. 혼란을 겪으면서 아, 이래서는 다 같이 살기가 어렵겠구나 하고 같이 살 방법을 찾은 거겠지. 지금도 찾아가는 중이고.

우리나라 경우를 생각해보면 딱 감이 오잖아? 중국 동남아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에 와서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돌아보면, 이국땅에서 다른 나라 말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고달픈 일인지 이해하기가 너무 쉽지 않니?  

그리고 이 중에서도 고학력 이민자가 좀 더 나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려고 할 때 얼마나 높은 사회적 차별을 경험할 것인가는 능히 짐작이 가고도 남지.  이자스민을 봐. 그 사람 비례대표 국회의원 돼서 입법활동할 때 얼마나 사람들이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났었는지.  물론 그를 이용해먹으려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의 한국사람들을 더 자극하고 선동해서 외국인 혐오증을 만드는 ***페기다 같은 인간들이 한국에도 많다니까.

난 한 사회가 얼마나 이방인에게 열려있느냐 하는 건 그 사회에서 이민자들이 얼마나 많이 사회적 영향력 혹은 자기들만의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면에서 독일은 그나마 사회제도적 장치로 이주민의 목소리를 보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고, 이렇게 여전히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어쨌든 한 발짝 나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한국은 글쎄...


a 우린 몇 발짝 후퇴한 느낌이네. 몇 년 만에 한국 가보니까 길에 외국인들이 엄청 많아지기는 했던데, 관광객 많아지는 그런 눈에 보이는 현상들하고 거주하는 국민들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하고 엇박자인 것 같아.  피부색따라 차별하는 한국 사람들 이중성도 그렇고. 사실 나부터가...


b 암튼 분명한 건, 이주는 누가 막으래야 막을 수가 없는 국제적인 현상인 거고, 이런 상황에서 최대한 서로 어울려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거겠지. 독일이라고 뭐 돈이 남아돌아서 그러겠어? 전범국가라서 인도주의적인 조치를 더 열심히 취하는 것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론 부족한 노동력 해결과 세수 늘리려고 선택한 것일 거고, 거기에 따른 사회적 갈등에 대해서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답을 찾아가고 있겠지. 

내가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만, 우리도 이민자 사회적응에 많이 신경 써야 할 텐데... 안 그러면 한국에서도 사회랑 잘 융화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회랑 나랑 따로 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분노를 터뜨리는 날이 올지도 몰라. 농촌 인구의 절반이 이주민이라는데, 지금 자라고 있는 이주민 자녀들이 사회에 좋은 구성원이 되느냐 마느냐는 이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 학교에서 이상한 눈초리를 받으며 자라는 애들이 사회에 호의적이 될 수 있겠어? 


a 독일 얘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얘기하게 되네. 이게 위 아 더 월드 인 건가? 


b 하하. 위아 더 월드 맞지. 우리가 이렇게 남의 땅에서 이민자로 살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인생 모르는 일이다~ 나한테, 너한테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난 가끔 이런 생각 해.  이렇게 이동이 자유로운 시대에는 나비효과가 더 커질 거 같다고. 그래서 난 내가 만나는 난민이나 다른 이민자들한테 가능한 친절하려고. 친절이 돌고 돌아서 한국에서도 이민자들이 차별을 덜 받았으면 좋겠고, 이민자들에게 손가락질할 사회문제도 적어지길 바라는 심정으로. 그래야 울 가족이나 지인들도 좀 안전한 사회에서 맘 편하게 살 수 있을 거 아니겠어? 전체적으로는 사회 전체에 차별이 줄어들어야 하겠지.


a 일단은 그렇게 좋은 마음을 먹어야겠다.  실전에서 깨지더라도 그게 좀 더 나은 방향인 거 같아. 친절은 내가 맘먹으면 실천할 수 있는 거니까.

오늘 수다의 결론, 우리는 친절한 이민자 씨? 



*하르츠 4 - 독일 실업급여체계

** 인터그라찌온 코스 -  독일 이주민들에게 실시되는 독어교육 시스템. 독일 사회통합계획의 가장 근본적인 정책. 

***페기다 - 일베와 유사한 극우 성향의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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