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인생 첫 명함을 주었다
독립출판사 '보노로'
지금까지 회사라는 곳에 속해 일을 했지만 내 이름이 적힌 명함 한 장 가지지 못했다. 내심 섭섭했던 적도 있고 이러니 소속감이 없는 거라고, 회사에 정이 안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회사를 오래 다니지 못했다. 그렇게 이직만 수십 번. 나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나에게 스스로 직함을 부여하고 명함을 주었다. 한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나는 누구에게도 무엇도 얻을 수 없는 존재이니 내가 나에게 줄 수밖에 없었다. 그게 조금은 서러웠지만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꽤 벅찼다.
회사라는 공간은 집이 되었고, 집은 곧 회사가 되었다. 1인 출판사, 독립 출판사라고 불리는 작은 출판사. 일 년에 4권의 책을 내야지라는 다짐을 했다. 팔리지 않는 책이더라도 책을 만들어야지. 내 책을 써야지 욕심을 냈다.
올해 가을에는 대표라는 직함을 달고 내 책과 명함을 가지고 오사카 'ASIA BOOK MARKET'에 가야지. 이번에는 부디 손님이 아니기를 바라며 나의 등을 떠밀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