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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한 Mar 06. 2024

쓸데없는 짓

02 지구불시착 글이다클럽


쓸모없는 날에

쓸데없는 글을 쓰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듯 보냈다.


아무런 득도 없는 글을 쓰는 행위는

나를 우울 안으로 데려갔고 그 우울은 나를 좀 먹었다.

불행 속으로 밀어 넣어 숨을 쉴 수 없었다.

비탄에 잠기고 불안에 잠식당했다.

절망이 차올라 나아갈 수 없었다.


'그만 쓰자.'

다짐은 아무런 힘이 없었고

글을 쓰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글은 글로서의

의지가 없었고 의미도 없었다.

쓸데없는 글은 결국 글이 되지 못하고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버려지는 글에 슬픔이 차올랐다.

아무것도 쓰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는 자책은 끝없이 이어졌고

나는 나를 원망했다.


원망 속에서도

쓸데없는 글은 손가락 끝에서 쏟아져 나왔다.

지워지고 또 지워지며

버려지고 또 버려지는 글에

속이 쓰렸다.


'그만하자.'

그렇게 나를 저지하며

글을 쓰는 것을 결국 멈추었다.



그제야

아늑한 불행이 나를 데리러 왔고

안온한 우울이 나를 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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