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책을 두권이나 샀다. 기분이 좋아져서 웃고 있었다. 알고 보니 내가 하는 SNS를 보고 왔다고 했다. 닉네임을 물었지만 누구인지 알 수 없어서 손님 배웅을 하고 팔로우 목록을 열심히 훑었다. 그런데 찾지 못했다.
책을 구매해 줘서 오늘의 우울로부터 나를 구원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다음에는 대화도 천천히 나누자고 말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곧 저녁 7시. 책방 문을 닫고 모임을 할 시간이었다. '호로요이를 위한 수다모임'이라서 호로요이를 사러 마트에 갔는데 호로요이가 없었다. 아쉬움 가득 순하리 레몬진을 사서 책방으로 돌아왔다.
모임을 신청한 손님은 한 명밖에 없었지만, 우리는 꽤 즐거운 수다로운 시간을 보냈다. 소소한 모임이 좋은 건 이럴 때다. 뭔가 잘 통하는, 불편하지 않은 사람을 만났을 때. 사사로운 이야기는 이어졌고 손님은 우리 출판사 책 3권을 구매해 줬다. 모임 참여비는 받지 않았다. 책도 할인해 드리려고 했는데 정가를 내고 구매해 주었다. 그러한 사소한 것들에 마음이 몰랑몰랑해졌다.
"이제 그만 일어날까요?"
하고 묻는 말에 부랴부랴 시간을 확인하니 9시가 넘어있었다. 시간 가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책방 정리를 하고 나가려고 먼저 가도 괜찮다고 했지만 나를 기다려 주었다.
"밤길인데 데려다 드릴게요. 하하 제가 더 무서울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감사하다며 그럼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웃었다.
조명을 하나하나 가져와 충전기를 연결하고 창문을 꼭꼭 닫고 커튼을 치고 출입문을 열쇠로 잠그고 바깥으로 나왔다. 마주 보고 서서 담배를 피웠다. 그때도 우리의 수다는 이어졌더랬지. 그리고 나란히 걸었다. 수다로운 모임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할 때 끝이 났다.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담은 인사를 건넸다.
지하철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조용한 지하철 안, 문자 수신음이 울렸다.
- 책은 팔렸어?
- 응! 2권이나 구매해 주셨어.
- 기분, 나아졌겠네? 집에 가는 길이지?
- 지금 지하철. 기분 좋아. 집에 가서 전화할게.
그렇게 한이와 몇 번의 문자를 주고받았다.
버스로 환승을 하고 내려서 집을 향해 걸었다. 밤하늘에는 별이 보였다. 선선한 밤의 바람이 불어왔다. 조용한 주택가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