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받고 싶은 마음.
전국의 성당에서 타종소리가 멈췄다.
신자들과 함께 하는 미사가 멈춘 것은 한국에 가톨릭이 들어오고 나서 첨 있는 일이라고 하는데..
이 낯선 멈춤에 우리 본당 주임신부님은 아침마다 부지런함으로 sns 강론을 연재하기 시작하셨다.
짧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그 말씀은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왠지 위로받으면서도 맘이 짠하다.
엊그젠가..
부엌 기도”라는 아름다운 기도를 소개하셨는데..
... 주님, 저는 굉장한 일을 하지도 않고, 밤늦도록 기도하지 못하고 새벽녘에도 당신을 찬미할 틈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마르타의 손과 마리아의 마음을 가졌습니다. 구두를 닦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하고, 마루를 닦으면서 당신을 생각합니다. 차분히 앉아서 당신을 생각할 틈은 없지만, 문득문득 스쳐 가는 생각들과 마음의 기도를 받아 주십시오. 당신께서 이 부엌에 함께하시어, 제가 만든 음식으로 가족들이 사랑과 힘을 얻게 해 주십시오. 제 모든 근심과 불평을 없애 주시고, 당신의 평화를 심어 주십시오. 사랑이신 주님, 오늘 하루도 당신께 맡깁니다....”
다른 부분들은 내가 평소에 잘하지 못하는 일이기에 부끄럽지만.
“차분히 앉아서 당신을 생각할 틈은 없지만, 문득문득 스쳐 가는 생각들과 마음의 기도를 받아 주십시오.. 당신께서 이 부엌에 함께 하시어...”
이 부분은!!..
그야말로 하루 반나절은 부엌의 동선에서 쳇바퀴를 돌며 물에 손 담고 불에 뭐 올리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나는 잠시 잠깐 부엌 창을 통해 노을을 보며. 낙수가 흐르면 싱크대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그 말은 무슨 의미였나’ ‘ 이런 글을 나중에 써볼까’ “ 저 음악의 제목은 뭐였지?’ “ 예수님 방금 아이들에게 지른 흉폭한 소리를 다시 주어 삼키게 해 주세요ㅠ “ 등 별별 망상과 상념과 기도의 시간을 보낸다.
젤 시끄러운 내 머릿속의 시간.
그런데 마음은 가장 기도와 닿아있는
간절한 아이러니의 시간. 부엌에 있는 나. 나의 기도.
언젠가 한께 토크쇼를 했던 칼린 언니도 가장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 시간이 설거지 시간이라고 했다.
수전에서 흐르는 조르륵 물소리가 마치 음이온처럼 청량감을 주면서 그릇을 문지르고 헹구며 생각이 정리되고 체계화된다고 했지.
사제의 마음처럼 성스러운 청을 드리진 못하나
가족과 관계와 공동체가 창 밖의 날씨에 따라 염려로 그리움으로 상념의 기운을 타고 떠올랐다 가라앉고 또한 소망의 마음으로 기원을 드리곤 한다
개인적으론 정리되는 생각에
이런저런 낭만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생각들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한 없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밥 하는 것이 점점 꾀가 나는데 부엌에서 멍 때리는 시간은 좋은 ^^;
인정하기 싫은 나의 게으름..
주님. 이런 저의 게으름마저도 부엌에서 기도하며 정화되도록 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