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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파란 Oct 29. 2018

26. 폴란드로 간 아이들.

폴란드 교사들의 눈물은 무엇이었을까


부산국제영화제 때 추상미 배우가 감독으로 이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가지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옆에 키가 훌쩍 크고 수수하게 생긴 배우 이송도 그때 처음 봤다. 영화는 다큐멘터리로 아는데 거기에 무슨 배우가 나오지? 싶었고 나는 심지어 이송이 탈북자 출신인지도 몰랐다.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데 마침 무비 패스로 갈 기회가 생겨 볼 수 있었다. 영화는 세련되게 잘 뽑은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분명해 보인다. 원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건 그런 단순함에서 온다. 영화는 추상미 감독이 출산에 이은 산후우울증에 걸리면서 우연히 책으로 만난 전쟁고아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엄마가 된 감독은 유독 한국전쟁고아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쏟게 된다. 자료를 수집하고 그것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영화의 오디션 과정에서 많은 탈북자 아이들도 만나게 된다. 그중에 주인공으로 뽑힌 소녀가 바로 이송이었다. 감독은 이송과 함께 폴란드로 가게 된다. 한국 전쟁 당시 전쟁고아들은 북한에 의해 폴란드 및 사회주의 국가들로 흩어지게 된다. 그중에 소련에 있던 몸이 약해진 아이들 1,500명이 폴란드로 비밀리에 보내지게 된다. 


오랜 시간이 흘러 만난 폴란드 교사들은 그때 당시의 일들을 바로 어제처럼 회상한다. 아이들에게 마마, 파파로 불리며 8년을 같이 지낸 교사들은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아이들 얘기만 나오면 눈물을 줄줄 흘린다. 아마 이때서부터 내 눈에서도 눈물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 영화 보기 전 들른 카페에서 챙긴 티슈로 엄청 찍어 눌렀지만 소용없었다. '어? 이 눈물은 뭐지?' 나만 그런 건 아니었는데 극장 여기저기 훌쩍이는 분들이 있었다.


교사들이 흘린 눈물은 무슨 의미였을까. 내가 우리가 흘린 눈물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그 이유가 감독이 전하려는 메시지였을 것이다. 그건 '인류애' 바로 상처에 대한 공감 그리고 사랑이었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건사고들 소식에 그나마 있던 인류애 마저 깡그리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 드는 요즘, 나는 이 영화에서 만난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줬던 사랑이 바로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인류애라고 느껴졌다.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던 폴란드 교사들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는다. 아이들은 8년이 지난 후 북한으로부터 송환 명령을 받는다. 아이들은 전쟁이 끝나고 북한 경제를 일으키기 위한 김일성의 노동 동원으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고된 노동에 이끌려 갔다. 아이들이 2년 정도 교사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폴란드에 대한 구구절절한 그리움과 북한을 탈출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있다. 아이들을 위해 모진 마음을 먹고 편지를 끊어야 했던 교사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 많은 아이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그 아이들은 한국 전쟁 당시 북한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트럭에 태워 보내졌던 '우리' 아이들이었다. 북한에서만 송환했을 뿐, 남한에서는 그 아이들을 단 한 명도 찾지 않았고 그렇게 잊혔다.


감독과 함께 한 이송은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린 남동생을 북한에 두고 온 상처를 갖고 있다. 이송만이 아니라 모든 북한이탈주민들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상처들이다. 내가 전에 일하던 곳에서 직접 북한이탈 학생들을 만나 볼 기회가 있었다. 몸집이 작은 것 빼곤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던 아이들은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남한 사람들에게 경계심을 갖고 있었고 쉽사리 마음을 보이지 않았다. 탈북 과정에서 중국 혹은 제3의 나라에서 모진 고통과 상처들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라 그 상처를 감히 물을 수도 쉽게 공감하거나 위로해 줄 수도 없었다. 


아이들을 사랑했던 아흔 살의 교사에게 추상미 감독은 진심을 담아 대신 '고마웠다'라고 전한다. 영화는 감독이 연출하고 감독이 출연하는 데다가 배우 출신이었기 때문에 몇몇 장면들은 다큐멘터리보다는 영화적인 연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펀딩으로 어렵게 만든 이 좋은 영화를 꼭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다. 


영화에서 이송이 말한다. 같은 민족이지만 다른 민족 같다고... 우리는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나 다른 문화에 살고 있다. 전쟁이 난지 68여 년이 지났고 여전히 우리는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이다.

남북한의 분위기는 평화모드로 흐르고 있지만 통일은 여전히 요원하다. 그리고 젊은 세대는 통일에 대해 관심도 없고 심지어 통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머지않은 시기에 통일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인식이 준비되지 못한 통일은 많은 착오와 고통을 가져다줄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는 말을 요즘 유독 많이 쓰고 있는데 잊지 말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억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점점 잊어버리지만 이런 영화들이 다시 환기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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