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사랑에 대한 영화
남자는 랍스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랍스터는 100년도 더 살고
귀족들처럼 푸른 피를 지녔으며
평생 번식을 하며 자신이 바다를 좋아한다고도 했다.
호텔엔 '혼자'인 사람들이 가는 곳이었다. 반려자와 이별했거나 사별했거나 버림받았거나 어떤 이유로든 혼자가 된 사람들은 동물로 다시 태어날 것인지 다시 다른 짝을 만나 사람들 속에서 살아갈 것인지 정해야만 했다.
호텔은 총 45일 동안 머물 수 있으며 머무는 동안 짝을 만들어야 한다. 어떠한 개인물품도 소지해서는 안되며 발기상태는 매일 체크하면서도 자위행위는 절대 금지였다.
45일 동안 짝을 만들지 못하면 처음 들어올 때 말했던 동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동물로 태어나는 순간은 고통스러웠으며 사냥을 통해 '외톨이'들을 잡아들이면 한 명당 하루씩 호텔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솔로천국 커플지옥이라는 말이 있다. 기념일마다 챙겨대는 커플들이 지겨워서라도 마치 캐치프레이즈처럼 커플 타도를 외치던 솔로부대들. 도시 속에는 커플들이 넘쳐나고 커플이 아니면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그렇지만 타의가 아닌 자의적으로 '혼자'이길 원하는 독립군들은 어디에도 있는 법이다.
호텔과는 반대로 숲에는 철저하게 홀로 살아가길 원하는 사람들이 숨어 지낸다.
이들은 커플이 아닌 혼자인 채로 지내길 원하고 그렇다고 동물로도 태어나고 싶지 않다. 호텔에 지내는 사람들이 총을 들고 사냥을 하러 나오는 이유는 바로 이들을 잡아들여 동물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외톨이들은 동료로선 함께 할 수 있지만 사랑을 나눌 수는 없다. 성욕은 오로지 자위행위를 통해서만 풀 수 있으며 함께 키스를 하거나 사랑을 나누다가 들키면 처벌을 받는다.
커플이 매칭 되는데 서로의 공통점이 중요하다. 근시인 남자는 근시인 여자. 코피를 잘 흘리는 여자는 코피를 잘 흘리는 남자와- 어떻게든 그 공통점을 찾고 맞춰가려는 사람들. 그게 정말 사랑일까.
절름발이 남자는 코피를 잘 흘리는 여자와 커플이 되기 위해 일부러 코피를 흘리기 시작한다. 여자가 자신을 봐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나는 별자리와 혈액형 신봉자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성을 볼 때 혈액형과 별자리를 알게 되면 꼭 나와 매칭 시켜본다. O형 쌍둥이자리와 어떤 별자리와 혈액형이 어울리는지 말이다.
어리석은 일이지만 때론 간편하기도 하다. 그 사람과 나와 안될 이유들을 오로지 그렇게 연관 지어 확인하면 되니까- 연애도 근력이다. 부딪혀서 기르지 않으면 몸에서 빠져나가버려 결국엔 사랑하는 법도 잊어버리게 된다. 내겐 더 랍스터 속 사람들의 모습이 그랬다. 어떻게 사랑하는 지를 잊어버린 사람들- 그건 블루스를 함께 추는 호텔 사람들도 일렉트로닉 댄스를 혼자 추는 숲 속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다. 블루스를 함께 추다가 일렉트로닉 댄스를 혼자 출 수도 있는 법.
호텔에서 짝을 이루어 도시로 나가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 2인실로 옮겨져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중간에 트러블이나 싸움이라도 벌이게 되면 중간에 아이를 투입한다. 아이가 부부 사이에 징검다리가 된다고 믿는 건 서양이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리고 마지막 관문으로 요트에서 지낸 후에 완벽한 커플이 되어 도시로 나가게 된다.
호텔에서라면 둘의 사랑은 환영받았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숲에선 둘의 사랑은 숨겨야만 했다. 수신호를 만들어 서로를 향한 사랑을 속삭이는 두 사람. 그렇다. 사랑은 이런 것이다. 언제 어느 순간에 찾아올지 모르고 언제 누구를 사랑하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큐브처럼 맞춰서 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자석처럼 붙게 되는 순간의 마법이다.
이제 충격적인 결말이 펼쳐진다.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숲에서 장님이 된 여자와 어떻게든 공통점을 찾아내려는 남자의 모습에서 아아- 결국 상대방의 모습 그대로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었구나. 그녀가 자신과 같은 근시였기 때문에 사랑하게 되었을까. 좋아하는 음식이나 할 줄 아는 언어 따위를 물어대며 거리를 두는 남자의 모습에서 실소가 나왔다.
장님이 된 여자가 하염없이 남자를 기다리는 이 장면이 바로 영화의 마지막 엔딩이었다.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
남자는 다시 돌아왔을까? 돌아왔다면 과연 여자와 같은 장님이 되었을까. 아니면 도저히 우리는 커플이 될 수 없다며 멀쩡한 눈으로 혼자 레스토랑을 나섰을까?
남자는 절대 돌아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다. 사랑은 자신을 대신할 수 없으며 자신보다 먼저일 수 없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자신의 두 눈을 스테이크 칼로 찌를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어쩌면 어떻게든 다시 자신과 맞는 커플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거나 결국 호텔로 돌아가 랍스터가 되었을 거다. 자신과 맞는 짝을 누가 알 수 있을까. 그것은 본능일까. 그것은 머릿속에서 파바박 거리는 수십 가지 계산에 의한 것일까.
커플이 못되어 동물로 태어나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동물로 태어나길 원하십니까?
이렇게 지독한 사랑에 관한 우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