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밤, 나를 위로해주는 미니멀리즘 음악들...
미니멀리즘은 단순함을 추구하는 예술 및 문화 사조이다. 음악에서 미니멀리즘이란 짧은 구절의 반복, 같은 음의 지속, 일관된 박자, 일정한 화음 등으로 나타난다. 명확한 용어의 규정은 없지만 70년대 중반 이후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위키백과-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내 불면의 밤들은 대부분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신경증의 문제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다 곤두서는 기분 말이다. 머릿속의 복잡하게 얽힌 회로를 나는 풀 줄 모르고 점점 꼬여서 폭발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러다가 폭발이라도 하게 되면 나는 두 얼굴의 사람이 되고 만다. 미친 여자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울고 불고 하게 되는 것인데 평소라면 넘어갔을 일에도 그렇게 폭발하고 말아서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기 마련이다. 대부분은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 폭발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물론 여러 번 있었다. 남들한테 쉬웠던 일이 나한테는 어느 것 하나 쉬웠던 적이 없었다.
그런 밤이 올 때면 나도 나를 어쩌지 못해서 울면서 찬송가를 틀어놓을 때도 있는데 별로 소용이 없었다. 어려서는 라디오를 들었고 지금은 ASMR을 듣는다. 어린 시절 나를 집어삼킬 것 같은 어둠은 극복했지만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단절된 밤의 고요함은 극복하지 못했다. 나를 세상과 연결시켜 끝없이 붙잡아 줄 '소리'가 필요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니멀리즘 음악들은 그런 밤에 아주 유용한 음악이다. 동생말로는 듣고 있으면 미칠 것 같은 음악이라고 했는데 내게는 무한 반복적인 몇 개의 음들이 가져다주는 평안함과 위로가 있었다. 그중에서 즐겨 듣는 몇몇 음악가와 곡들을 소개해본다.
- William Basinski
전방위 아방가르드 예술가 윌리엄 바진스키의 음악들은 대부분 짧게는 몇십 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이 넘는 곡들로 이뤄진다. 꿈속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몽환적이고 몽롱한 음들로 이뤄져 있다. 1958년생이지만 퍼포먼스 하는 모습 보면 홀딱 반하게 된다.
- Philip Glass
미니멀리즘 음악의 대표적인 음악가인 필립 글래스다. 영화 음악도 많이 했는데 단순하고 미니멀한 피아노 음의 변주로 완성되는 애틋하고 구슬픈 선율이 좋다.
- Max Richter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 막스 리히터다. 그의 앨범 중 가장 많이 들었던 음반이 바로 이 비발디의 사계를 재해석한 음반이었다. 영화 음악도 많이 했고 아예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위한 음반 'Sleep'을 만들기도 했다. 이 앨범은 그런 목적 때문인지 귀에 거슬리지 않고 부드럽게 잠 속으로 인도해주는 음들로 연결되어 있다.
- Johann Johannsson
영화 음악가로 더 잘 알려진 요한 요한슨. 젊은 나이에 너무 일찍 떠나버려서 안타까운 분이다. 그래도 그의 음악들은 남았으니 다행인 건가. 그중에서 영상과 함께 꼭 봐야 하는 'Flight from the city'와 묘하고 아름다웠던 영화 '컨택트'의 아름다운 음악도 함께 소개한다.
이곡은 영상과 함께 듣다 보면 저절로 치유되고 아늑해지고 편안해지는 곡이라 참 많이도 봤었다. 물을 무서워하는데 물속에서도 어쩌면 편해질 수도 있을 거 같다. 원래 인간은 엄마의 뱃속 아래 물속에서 왔으니까.
- Ryuichi Sakamoto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인 류이치 사카모토. 보통은 그를 영화 음악가나 피아니스트로 알고 있지만 그의 음악은 한 곳에 국한되어 있지 않는다. 전자음악으로 시작해서 굵직한 영화 음악들, 그리고 노년의 그는 이젠 자연의 소리들을 모아 음들을 만들어 내고 해체시키고 가다듬는다. 그에 머무르지 않고 독일 전자음악가 알바 노토 등과의 협연을 통해 음악뿐 아니라 미디어 아트까지 접목시켜 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