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일은 내가 해왔던 일과는 A부터 Z까지 전혀 다른 일이었다. 자소서에 읍소했던 과학자의 이성이니, 예술가의 마음이니 하는 건 고사하고 휘몰아치는 일에 정신을 하나도 차릴 수가 없었다. 몇 년 전 실습하던 기관에서 이미 경험했다고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건 만, 이 일을 내 업으로 삼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의 일은 외근도 거의 없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손만 놀리면 되는 일이었다. 때때로 창작의 머리 터짐과 아이디어 서치로 골머리가 아팠지만 익숙하고 좋아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 일은 전혀 달랐다. 요양원 사회복지사의 일은 우선 하루 종일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3층부터 5층까지 하루에도 몇 번을 오르내리고 그마저도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녀야 했다.
처음에는 직원들 이름보다 어르신들 이름을 빨리 외우려고 했던 것 같다. 이름 외우는 거라면 자신 있던 편이었지만 그게 하루 이틀에 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매일 같이 대하다 보면 어차피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금세 외우게 된다.
전임자와 함께 라운딩을 돌며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눴다. 가족들이 봤다면 뭐 하는 거냐고 했을 정도로 톤을 높여 최대한 상냥하게 인사를 해봐도 어르신들의 눈빛은 대부분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얼굴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 계시는 어르신들 대부분은 와상인 분들이 많고 경중도만 다를 뿐 대부분 치매인 분들이다. 늘 보지만 늘 처음 보는 사람. 그게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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