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원한 바람 Feb 21. 2023

드라마 같은 일이 우리집에 벌어졌다

시부모, 시누이 대 며느리

  동생이 결혼하고 나서 조금 지나서 부터 우리랑은 많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 일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성격이라 그냥 그려러니 했다. 동생이 선택한 사람이고, 나는 그냥 인정해주는게 그리고 그 새로운 관계에 적응하는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고, 나름 잘 해왔다고 생각했다.


  간간히 들리는 부모님과 동생의 부인의 신경전이나, 부모님의 불평이 늘어도, 나는 주변에 살지도 않고, 또 만나는 주기도 엄청 길기도 하고, 또 엄마가 이런데 끼거나 신경쓰면 그 아이 한테 더 안좋다고,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가끔 명절에 친척들 결혼에 동생 가족이 우리를 방문할 때 가뭄에 콩 나듯 본 것이 전부 였다. 해외에 살고 있으니 당연하기도 하다.


  지난 추석 때 부모님한테 동생 부인이 나 때문에 힘들다, 내가 한 말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고 아빠 앞에서 펑펑 울었다는 말을 들었다. 굉장히 황당했다. 내가 했다는 그 말이 나는 기억 나지 않고, 내가 할 법한 말도 아닌 뿐더러, 2014년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살다보면 이렇게 황당한 일이 일어난다. 그 후로도 부모님과의 동생 부인의 갈등은 그치지 않았고, 그 전말을 듣다보면, 정말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야 뭐 그냥 먼 친척 쯤으로 살면 되지만, 손주 손녀를 보고 싶고, 아들과도 소통하고 싶은 우리 엄마 아빠만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사실 편안하고 행복한 관계를 만드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10여년이 지났는데도 관계가 더 발전하지 않았고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는게 실망스러웠다.


  정말 이런 드라마 같은 일이 우리집에 벌어지는 구나. 아주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은 같은 일에도 전혀 다르게 반응하고, 또 그것을 빌미로 미움을 키울 수 있구나. 이래서 티브이 드라마에서는 늘 누군가의 결혼을 반대하는 거구나. 그래, 반대할 수도 있겠다. 이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구나. 그저 두 사람이 서로를 인정하고 감내하고 조화를 맞춰가는 일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구나. 이것을 피부로 느껴보니 그 동안 엄마랑 쭉 봐왔던 주말 드라마 일일 드라마에서의 갈등에 이제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