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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한 바람 Feb 26. 2023

공사장을 보면 문화를 알 수 있다

무덤을 만드는 방식이 아닌 집을 짓는 방식

  처음 바깥세상을 여행할 때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무엇을 사고, 무엇을 먹고, 어떻게 일을 하고 여가를 보내는지, 내가 살아가던 곳에는 없는 새로운 게 뭐가 있는지가 주된 관심사였다. 해외에 살다 보니, 그리고 여러 도시를 여행하다 보니, 그전에 보지 않던 부분을 보게 된다.


  그중 하나가 공사장 풍경이다. 왜 공사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번듯하게 멋들어지게 이미 지어진 건물을 보는 게 지겨워서였을까? 번잡하게 돌아가라는 표지판을 따라 걷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게 되어서였을까? 홍콩, 상하이, 심천, 싱가포르, 뉴욕, 서울 등 다양한 도시에 공사장 풍경은 사뭇 다르다.


  홍콩에서였나, 긴 대나무로 격자 구조를 쌓아서 건물을 보수하는 모습은 엄청나게 신선한 모습이었다. 기다란 철 구조 파이프로 엮어진 것만 보다가, 대나무라니! 환경을 생각하는 의미는 아닐 것 같은데, 비용 절감일까? 이렇게 기다랗고 커다란 대나무를 도대체 어디서 구한 걸까? 이 대나무는 밟고 올라설 만큼 안전하긴 한 걸까?


  싱가포르 공사장에는 안전에 대한 표지판이 과도할 정도로 많이 붙어있고, 지켜야 할 수칙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공사를 하러 만들어진 곳이 아닌, 안전 수칙을 지키러 일하러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제도가 안전이 지켜지지 않는 건축은 용납되지 않는 사회인 것 같았다.


  상하이의 공사장은 그 주변을 지나가야 하는 행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제멋대로인 울타리에 커다란 트럭이 큰 제제도 없이 늘어서 있고, 행인은 요리조리 피해 다녀야 한다. 커다란 굴착기나 포클레인이 회전을 하면 지나가다가 나는 부딪혀 날아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조심을 해야 했다. 공사장 인부가 살고 있을 기숙사 건물에는 중국식 소시지가 걸려있고, 가끔은 여자 옷과 아기옷이 걸려있기도 해서 놀라웠다. 중국에는 많은 여성들이 공사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예전에 역사 수업 시간에 서로 다른 부족들이 살았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증거가 바로 무덤의 형태, 죽은 사람을 처리하는 방법이라고 배웠다. 고인돌 등 무덤을 만든 형식과 매장된 유물들, 그리고 사체를 처리하는 방식들은 각 부족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문화라는 점이다. 서로 다른 공사장 문화를 보면서, 어떻게 집을 짓는지 어떤 집을 짓는가도 서로 다른 문화를 보여주는 척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메트로폴리탄에 점점 늘어가는 비슷한 건물들에서는 볼 수 없지만, 어떻게 집을 짓는가 하는 공사장에서는 차이를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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