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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한 바람 Dec 25. 2024

칭찬받으러 Gym에 간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하세요?

 올해부터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았다. 처음에는 20번만 해야지 했던 게,  몇 번씩 더 세션을 연장하고 있다. 이제는 그만두지 않을 계획이다. 


 이전에는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땀을 흘리게 운동을 해야 한다, 돈이 여유가 있건 없건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에게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이것저것 운동을 해왔고, 체력에는 자신 있었으며, 집에서 하는 운동만 가지고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다. 아침에 나가서 달리기도 하고, 유튜브를 틀어놓고, 동작을 따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좀 더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퍼스널 트레이닝을 덜컥 등록했다.


 체력이 좋아지고, 힘이 더 생기고 몸이 변화하고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었지만 물론 그게 당연하겠지만, 내가 짐에 가는 이유는 그게 아니다. 올해부터 새로운 역할을 회사에서 맡았고, 그에 따라오는 부담감이 많았다. 회사에 가면 이틀에 한 번 꼴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 것은 왜 안 하는지 지시가 따라다녔다. 이게 그냥 빨리 처리해 버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어서, 창의적은 방안이 강구되어야 해서 심지어는 막 신경질이 났다. 내가 원해서 한 것도 아니고, 갑자기 이 역할을 하라고 밀어놓고 이제는 더 잘해야 한다며 쪼는 상사라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2번 점심시간에 가는 트레이닝은 이런 걱정을 잠시 잊게 해 주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가서, 30분 정도 지나면, 내가 왜 이렇게 죽어라 힘든 것을 하고 있지, 나는 여기 왜 왔지 생각이 들고 그러다가 끊임없이 더 무거운 더 힘든 동작이 주어지고, 못하겠다 못하겠다 말이 되뇌어질 때쯤 세션은 끝이 났다. 그리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쪼였던 바로 그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어떤 때는 돌아가는 길에 실마리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매번 너무 힘들다고 생각할 때, 내 트레이너 선생님은 늘 잘한다. 프리웨이트를 넘 잘하신다. 이것도 해낸다. 놀랍다. 출장 갔다 오셨는데 더 잘하게 되었다며, 눈에 별과 하트를 뿅 뽕 날리시며 하이파이브 하이텐을 해대시는 선생님 때문이다.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오는 하루하루를 선생님의 칭찬으로 이겨냈다. 


 어렸을 때, 늘 받아왔던 칭찬을 어느새 크고 나니 나에게 해주는 사람들이 적어졌다. 회사에서 일을 잘 해낼수록, 그다음 일은 그전보다도 잘해야지 하는 기대감만 더 커졌고, 그리고 나 자신조차도 나에게 인색했다. 힘든 일들을 척척 해내고, 여기까지 가족들을 잘 이끌어왔고 결혼 생활이 10년이 넘어가는데, 아이들이 훌륭하게 잘 커나가고 있는데, 왜 나는 나 자신이 해낸 것에 대해 인색하게 굴었을까? 내가 하는 인정보다는 늘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했던 걸까. 


 운동이라는 게 순전히 내 몸으로 하는 것이니까, 이건 뭐 다른 핑계를 댈 수 없는 영역인 것 같다. 그리고 결과도 순전히 내가 노력한 만큼만 아마 나오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내가 받는 칭찬은 순전히 내가 이뤄낸 것이다. 난 잘 해냈고, 그리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 오롯이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나는 또 퍼스널 트레이닝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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