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at-free Monday 두 번째 레시피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로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숨이 차는 느낌.
기후변화가 허구라고 말했던 사람들은 이 더위를 계기로 꼭 반성해야된다고 본다. 온 지구가 해가 갈수록 이렇게 더워지고 있는데 그런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하다니...
사우나 같은 날씨 덕택에 며칠째 꼭 해야 하는 일만 간신히 하고 하루의 상당 시간은 그냥 늘어져 있다. 시간이 흘러 허기가 져도 당최 뭐가 먹고 싶은지도 모르겠는 기분. 독일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식당이나 카페 자체가 드물어서 어디를 가고 싶지도 않고, 어디를 간다 해도 세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걷고 싶은 마음도 제로.
불을 최대한 안 쓰는 방향으로 만들어 먹을 음식을 궁리하다가, 사다 놓은 빵과 함께 먹을 지중해식 샐러드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중동 지역에서 즐겨먹는 병아리콩을 갈아 만든 후무스 (Hummus), 재작년 그리스 여행 중 먹어본 그 맛이 더운 날씨가 되니 저절로 생각나 만들어 본 멜리차노 살라타 (Melitzanosalata; 구운 가지 샐러드), 그리고 이탈리안 파슬리*로 만든 레바논식 파슬리 샐러드 타불레 (Tabbouleh).
*이탈리안 파슬리: Flat-leaf Parsley 라고도 불리우며 지중해 연안과 남유럽에서 생산된다. 한국에서 흔히 장식용으로 쓰는 파슬리와는 다른 품종이다. 향이 강하며, 터키, 중동 음식에도 널리 쓰이는 식재료다.
이 세 가지 샐러드는 한 번 만들 때 대량으로 만들어 냉장고에 차게 넣어두고 배고플 때마다 빵에 그냥 얹어서 먹으면 되니 이보다 더 간편하고 시원할 수가 없다. 후무스와 다른 샐러드를 함께 빵에 올려 먹으면 단백질 보충에도 최고. 든든하다. 이 샐러드 저 샐러드를 듬뿍 올려 빵 세 조각을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먹어치웠다.
준비재료 (2-3인분): 병아리콩 1컵 (150-170g), 마늘 1쪽, 참깨 1-2 테이블스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2 테이블스푼, 레몬즙 2 테이블스푼, 소금 1 티스푼
조리시간: 10분 (콩 불리는 시간 제외)
조리방법
(1) 병아리콩 삶기: 전날 밤 미리 물에 불려놓은 병아리콩과 물을 넉넉히 냄비에 붓고 소금 1/2 티스푼을 넣고 10분 정도 삶아 찬물에 헹구고 식힌다.
(2) 재료 다 넣고 믹서에 갈기: 믹서에 모든 재료를 다 넣고 잘 갈아준다.
준비재료 (1-2인분): 가지 1개, 마늘 1쪽, 레몬즙 3 테이블스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4 테이블스푼, 소금 1/2 티스푼, 후추 약간, 올리브와 파슬리 기호에 따라 첨가.
조리시간: 오븐 이용 시 50-60분, 프라이팬 이용 시 30-40분
조리방법:
(1) 가지 익혀서 포크로 다지기: 원래 레시피는 가지를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중간중간 뒤집어가며 50-60분간 굽는다. 하지만 나는 날도 더운데 오븐을 켜고 싶지 않아서 그냥 가지를 길게 이등분해서 프라이팬에 넣고 뚜껑을 덮어 중불에서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구웠다. 중간중간 타지 않도록 뒤집어주고, 탄다 싶으면 물을 조금 넣어주면 된다. 가지가 부드럽게 흐물흐물해지면 꺼내서 식힌 뒤 껍질을 벗긴 후 포크로 사정없이 다진다. 가지가 식는 동안 마늘을 다져놓는다.
(2) 재료 다 넣고 섞기: 준비된 재료를 다 넣고 섞는다. 기호에 따라 소금, 후추, 올리브유를 더 첨가하거나 올리브와 다진 파슬리로 장식한다.
준비재료 (2-3인분): 이탈리안 파슬리 1단, 박하 잎 2 줄기, 토마토 1개, 양파 중간 크기 2개, 소금 1 티스푼, 레몬즙 1/2컵,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1/2컵, 불구르 쌀 (고운 것) 1-2 테이블스푼
조리시간: 10분
조리방법:
(1) 불구르 쌀 불리기: 준비된 불구르 쌀에 따뜻한 물 1-2 테이블 스푼을 넣고 잠시 둔다. 혹시 불구르 쌀이 없다면 굳이 안 넣어도 된다. 어차피 빵이랑 먹을 거니까...
(2) 깨끗이 씻은 재료 썰기: 파슬리는 줄기째로 3-5mm 크기로 다진다. 박하는 잎만 따서 역시 3-5mm 크기로 다진다. 토마토와 양파는 5mm 정도 크기로 깍둑 썰어 볼에 넣는다.
(3) 재료 다 넣고 섞기: 볼에 준비된 모든 재료를 넣고 잘 섞어준다.
사실 세 가지 샐러드 모두 재료만 잘 준비해서 한 데 섞고 소금, 레몬과 올리브유로 맛을 내는 거라 특별한 것은 없지만, 먹기도 간단하고 여름 날씨에 참 잘 어울린다. 꼭 사진에 있는 효모빵이 아니더라도 식빵을 토스트해서 같이 먹어도 좋다.
더운 여름, 냉면과 팥빙수가 슬슬 지겹다면 꼭 한 번 만들어서 빵과 함께 곁들여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