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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작가

화면 속에선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그저 무의미한 분주함 일까?

by 부소유

지난 금요일 저녁, 나는 김지윤 작가의 신간 ‘아이들의 화면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북토크에 참석했다. 주말의 시작을 알리는 금요일 저녁 시간, 집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친구들과의 만남을 가지기에 좋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모였다. 이는 김지윤 작가와 그의 신간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관심을 받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북토크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다. 김지윤 작가는 자기소개와 함께 청중을 맞이하며,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그녀는 차분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벌써 책이 출간된 지 5개월이 지났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다양한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이 더 깊어졌고, 또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도 많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날의 북토크는 책의 내용과 그 이면에 담긴 이야기들, 그리고 참석자들과의 진솔한 대화로 채워졌다.


김지윤 작가는 이번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부터 이야기했다. 4년 전, 틱톡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그녀는 10대 시청자들을 많이 접하며 그들의 디지털 미디어 사용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책을 제안받았을 당시 회사 업무가 너무 바빠 고사했으나, 이후 회사 일을 잠시 쉬면서 본격적으로 집필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아이들의 화면 사용에 대해 논할 자격이 있을지 고민했지만, 결국 이 주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용기를 내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녀가 아이들이 화면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현실을 마주하며 느꼈던 고민이었다. 김 작가는 현재의 아이들이 화면과 함께 성장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지적하며, 우리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아이들이 화면에 너무 몰입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스마트 미디어가 아이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미국과 한국의 아이들이 화면을 사용하는 시간에 대한 통계 자료를 보여주면서, 화면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길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2019년과 2021년 사이의 변화를 비교하며,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이 화면에 더욱 의존하게 되었음을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과거 10년간의 변화를 언급하며,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기 전과 후의 사회적 풍경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이를 통해 그녀는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도와야 할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참석자들과의 대화 시간도 매우 인상 깊었다. 한 참석자는 아이들이 화면을 통해 얻는 정보의 신뢰성과 변별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했다. 김지윤 작가는 자신이 학생 기자 시절 원 출처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가짜 뉴스에 대한 경각심을 키웠던 경험을 공유하며,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보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유튜브를 예로 들며, 아이들과 함께 시청하면서 다양한 관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변별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의력 발달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김 작가는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새로운 창의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녀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인공지능을 활용해 보면서, 단순한 모방을 넘어 새로운 방식으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김지윤 작가가 ‘온라인 디폴트’라는 개념을 설명하며, 아이들이 디지털 미디어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한 부분이었다. 그녀는 아이들이 스마트 미디어를 통해 경험하는 세상이 부모 세대가 경험해 온 것과는 매우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아이들에게 전적으로 이 세상을 이해하고 대처할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대신, 부모와 어른들이 어떻게 이 변화에 대해 교육하고, 함께 고민할지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북토크에서 김지윤 작가는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진솔하게 나누며 참석자들과 깊이 소통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히 아이들의 디지털 미디어 사용에 대한 경고나 비판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로서 이 문제를 바라보게 했다. 그녀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우리 모두가 살아본 적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며,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와 현명한 대처를 당부했다.


북토크가 끝난 후,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가치를 전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김지윤 작가의 이야기는 단순히 디지털 미디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문제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이번 북토크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는 앞으로 나의 삶과 아이들 교육에 중요한 지침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처럼, 우리가 살아본 적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그들이 현명하게 이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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