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그림자
문이 잠겨 있다면 우리는 그 안이 안전하다고 믿는다. 문틈이 좁다면, 아무것도 그 사이로 스며들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엑스파일 시즌 1, 3화 “불사“는 이 단단한 믿음을 산산이 부숴버린다. 이 에피소드는 외계인이나 거대한 음모 대신, 인간의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가장 원초적인 공포, 바로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는 존재”를 다룬다. 이는 단순한 괴물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신뢰하는 일상의 틈새에서 발견되는 불안의 본질을 탐구하는 이야기다.
볼티모어에서 발생한 일련의 살인 사건은 언뜻 보기에는 설명이 불가능한 미스터리로 보인다. 잠긴 방, 손상되지 않은 창문, 그러나 안에는 처참하게 살해된 피해자들. 사건의 흔적은 마치 공기가 벽을 통과한 듯한 불가능의 경계에 서 있다. 멀더와 스컬리는 이 사건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나서지만, 그들이 마주한 진실은 과학적 설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바로 ‘유진 빅터 투움스’라는 인간의 탈을 쓴 괴물. 그는 30년마다 되살아나 5명의 간을 빼앗아 생명을 유지하는 존재이며, 좁은 환기구나 틈새를 통과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 에피소드는 두 가지 차원의 공포를 선사한다. 첫째는 물리적 공포다. 아무리 문을 잠가도, 창문을 단단히 닫아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 우리가 믿어온 모든 ‘보호막’이 무너지는 순간의 불안감은, 투움스라는 존재로 인해 극대화된다. 둘째는 심리적 공포다. 투움스는 외계인이 아닌, ‘사람’이라는 외형을 하고 있다. 그의 평범한 얼굴은 우리가 평소 마주치는 익명의 군중과 다르지 않다. 그는 특별한 무기를 들고 있지도 않고, 거대한 괴물의 형상도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도 평범하기에 더 무섭다. 진정한 공포는 외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의 일상 속에서 조용히 숨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멀더와 스컬리의 대립 또한 인상적이다. 멀더는 이 사건을 초자연적 현상으로 즉각 받아들이고, 진실을 찾기 위해 기존의 틀을 깨려 한다. 반면 스컬리는 과학적 증거와 이성으로 설명하려 애쓴다. 이 둘의 시선은 단순한 수사 기법의 차이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를 보여준다. 우리는 믿기 어려운 것을 마주했을 때, 얼마나 빠르게 그것을 부정하거나 논리적으로 포장하려 하는가? 그러나 모든 것이 논리로 설명될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은 특히 강렬하다. 투움스가 감옥에 갇힌 채, 여전히 그 특유의 음산한 미소를 띠고 탈출을 시도하려는 암시로 끝난다. 이는 진정한 공포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우리가 잠시 잊고 있을 뿐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두터운 철창도, 견고한 벽도, 우리의 불안을 완전히 가둘 수는 없다. 우리는 안전하다고 느끼기 위해 문을 잠그고, 세상을 규칙과 이성으로 정의하려 한다. 그러나 그 틈새에는 항상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그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괴물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외면해온 불안, 두려움, 그리고 불확실성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