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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집착

by 부소유

우리는 모두 잃어버린 무언가를 품고 살아간다. 그것이 기억이든, 관계든, 혹은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든 간에, 사라진 것들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엑스파일 시즌 1, 4화 ‘루비의 귀향’은 단순한 실종 사건을 넘어, 잃어버린 것을 되찾고자 하는 필사적인 집착과 그 속에 담긴 슬픔을 그려낸다.


사건은 어두운 밤, 강한 빛과 함께 소녀 루비가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 실종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그녀의 남동생 케빈은 TV에서 흘러나오는 신호를 이상한 2진 코드로 기록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미국 국방부의 기밀 정보가 담겨 있다. 외계인 납치설, 정부의 감시, 기억을 잃은 피해자, 모든 단서가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지만, 정작 사건의 진실은 베일에 가려진 채 끝을 맺는다.


이 사건이 벌어지는 내내 멀더는 과거의 경험으로 딜레마에 빠져든다. 루비의 실종이 단순한 음모론적 사건이 아니라 멀더의 내면에 깊이 박힌 상처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멀더는 어린 시절 여동생 사만다가 실종되었고, 그는 이를 외계인의 납치로 믿고 있다. 이번 사건은 멀더에게 과거의 상실을 되새기게 하며, 단순한 FBI 요원이 아닌, 잃어버린 가족을 찾고자 하는 절박한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보통 멀더를 음모론자, 또는 맹목적으로 진실을 쫓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그가 단순히 진실을 찾고 싶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아픔을 해소하고자 이 길을 걷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에게 진실은 단순한 탐구 대상이 아니라, 되찾고 싶은 것의 유일한 단서다. 결국 루비가 발견되었지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 멀더는 깨닫는다. 때때로 진실은 손에 닿을 듯하지만, 결코 붙잡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역시 그렇지 않을까? 잃어버린 기억, 지나간 관계, 혹은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 그 모든 것들을 되찾고 싶어 하지만, 결국 어떤 것들은 영원히 베일에 싸인 채 남아버린다.


우리는 모두 멀더처럼, 자기만의 엑스파일을 품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풀리지 않는 의문, 되돌릴 수 없는 순간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들. 하지만 우리가 계속해서 그 진실을 찾아 헤매는 이유는, 어쩌면 그것이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진실이란, 반드시 밝혀야 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것을 찾으려는 과정 자체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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