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 작가의 단편소설
1. 요약
-. 주인공인 어떤 여자는 집을 청소하고 있었다. 일주일 전에 이사 온 집이다. 초인종이 울려 나가 보니 윗집에 사는 이웃이었다. 이웃은 원인 모를 소음을 만드는 집을 찾는 중이었다.
-. 그녀는 이상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며 망상에 빠진다. 전철에서 본 광경, 사람에 대한 마음, 살던 동네, 그리고 견디기 힘들었던 소음들을 생각한다.
-. 그녀는 조용한 동네로 이사한 후에 만족을 느꼈다. 그녀가 이사를 오기 전 노인이 혼자 살던 집이다. 계약할 때 나타났던 집주인, 집안에 배어있는 노인의 흔적에 대해 생각한다.
-. 그녀는 잠자리에 개가 짖어대는 어수선한 꿈을 꾼다.
-. 그녀의 직업은 연체금을 독촉해야 하는 금융권 도급 직이었다. 뻔뻔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되도록 친절하려고 노력했다.
-. 그녀는 깊은 밤 어떤 소음을 듣고 눈을 뜬다. 참지 못하고 윗집으로 올라가서 여자애들에게 소음 자제를 요청한다. 그럼에도 다시 소음이 이어져서 다시 요청하지만 윗집 여자애들은 그녀의 태도를 비아냥 거린다.
-. 그녀는 요즘 사람들에 대한 혐오를 느끼며 스스로 망상에 빠져버린다. 누군가 현관 벨을 반복해서 누르지만 무시해 버린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 많은 물건을 천장을 향해 던진다. 그렇게 이웃을 혐오하며 겨우 잠이 든다.
-. 그녀가 눈을 뜨자 어두움이 가득했다. 그녀는 현관 벨 소리를 듣고 현관에 가서 화난 아래층 이웃이 찾아온 것을 확인한다.
2. 느낀 점
망상에 잘 빠지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이 소설 내내 표현되는 다채로운 소음에 대한 관찰과 생각도 좋았지만, 그 안에서 주인공의 내면에 있는 소리와 그것으로 인해서 흔들리는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좋았다.
누구나 느끼며 공감할 법한 사람들의 강박증과 대인기피증이 탁월하게 표현되어 있다. 짧은 문장으로 서술되면서 어쩌면 가볍게 끝나게 될 수도 있는 이야기가, 주인공의 깊은 내면 더 깊은 곳으로 파고 들어가면서 소설에서 보여줄 수 있는 극단적인 생각의 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소설이 내내 말하는 것이 일관적으로 다세대 주택의 층간 소음에 대한 사회적 이웃 이야기라는 것도 현대의 시대상에 적합한 주제로 보인다. 특히 마지막 단락의 반전은 이 소설의 백미라고 보인다. 내 오랜 경험 중 다세대 주택 반지하층에 살던 시절도 소음에서 절대로 편안할 수가 없었던 곳이라서 인상적인 경험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그때 그 소음의 범인을 찾아서 대응하고자 하는 마음은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나 나의 과거나 똑같다.
3. 가장 좋았던 부분
더 많은 돈을 가져서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을 테니까. 더 좋은 집에서 산다는 것은 더 좋은 골목, 더 좋은 동네에 살게 된다는 것이고 더 좋은 동네라는 것은 이웃의 소음과 취향으로부터 차단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동네일 테니까. 그런 동네에서는 서로 간섭하거나 간섭되는 일이 없으니 사람들의 표정은 편안하고 너무하네,라고 외친다거나…… 너무 친절하게 구는 일도 없을 것이고 지속적인 소음에 시달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 세계는 좋은 것이다.. 내게도 권리가 있어. 남들에게 시달리지 않을 권리가 말이다.
-. 주인공이 생각하는 이상향과 그 이상향을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이 조건문, 제시문, 그리고 그를 위한 뒷받침 문장이 주인공의 논리 안에서 차례로 서술된 부분이다. 우리가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와 주인공이 생각하는 문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차근차근 보여줘서 공감하고 이해하기 좋았던 부분이다.
4. 두 번째로 좋았던 부분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그걸 외면하고 문 쪽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소리를 죽이며 다가가 얼굴을 대보았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시험 삼아 누구세요,라고 물어보았다. 뜻밖에도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열쇠 구멍 쪽에 바짝 귀를 대고 누구시냐고 다시 한번 물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대답했다. 아래층이야 씨발 년아.
-. 이 소설의 핵심 부분이다. 이 소설 내내 주인공이 갖고 있던 관념과 고민들이 뒤집어지는 순간이 놀라운 상황으로 서술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