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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자르기>

by 부소유
장강명 작가의 단편소설


1. 요약


-. 태국 바이어와 회식자리에서 태국인들이 회사 동료로 있는 혜미에 대해 궁금해한다. 혜미는 알바생이라서 함께 하기 어렵다고 그녀의 상사인 은영이 설명한다. 사장이 혜미에 대해 문득 궁금해하며 이것저것 그녀의 사정에 대해 전해 듣다가 반농담으로 그녀를 자르라고 한다.


-. 월요일, 혜미가 지하철 사정으로 늦는다고 은영에게 문자를 보냈다. 게다가 점심시간에는 한의원에 다녀온다며 조금 늦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은영은 참는다.


-. 보름 뒤 혜미가 한의원에 가 있는 동안 사장이 갑자기 혜미를 찾는다. 은영에게 혜미의 사정을 듣고 나서는 사장의 입에서 혜미를 자르자는 얘기가 다시 나왔다.


-. 은영은 집에 와서 남편과 고민을 나누지만 명확한 해결 방법은 없다. 결국 은영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


-. 결국 다음날 은영은 혜미를 조용히 불러서 그동안 아쉬웠던 이야기를 한다. 혜미는 이런저런 변명을 하지만 은영이 듣기에 속이 시원하지는 않다.


-. 원청회사에서 파업을 하고 있어서 현장에 직원 파견이 필요했다. 혜미를 보내려고 했으나 그녀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은영은 답답한 마음에 다시 집에 와서 남편과 논의했고 결국 혜미를 잘라야 한다는 것에 공감을 했다.


-. 다음날 은영은 혜미에게 어려운 마음으로 해고해야 하는 상황을 전달한다. 혜미는 아쉽게 현실을 받아들인다. 은영은 저녁이나 혜미에게 저녁이나 먹자고 하지만 학원에 가야 하는 일 때문에 다음날로 미룬다.


-. 다음날 은영은 혜미와 저녁을 먹으며 혜미의 사정에 대해 자세하게 듣게 된다.


-. 월말이 되어 혜미가 마지막으로 일하기로 한 날이 되어 은영은 작은 선물을 준비해서 전달한다. 혜미는 통보서 없이 마지막 날을 말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은영은 당황한다. 은영은 사장과 논의하여 3개월치 임금을 주며 권고사직으로 진행했다.


-. 혜미가 나가고 새로운 알바생으로는 문제가 없을만한 대학생을 뽑았다.


-. 두 달이 지나서 혜미에게 보험 가입 여부를 묻는 메일이 왔다. 재직 시 4대 보험 가입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은영은 고민 끝에 남편과 논의하여 조용하게 자비로 처리하기로 한다. 혜미는 은영이 생각했던 것보다 적은 돈으로 협상을 하자고 했다.


-. 혜미가 합의서에 서명을 하기 위해 사무실에 찾아왔다. 그리고 혜미가 원하는 스펙의 경력증명서를 받아 갔다. 마지막으로 은영이 묻는 계획에 대한 질문에 혜미는 아무 답변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에 혼자 탑승한다. 혜미의 마지막 모습이 쓸쓸하다.


2. 느낀 점


두 번째 읽어본 작품이다. 장강명 작가 특유의 현대 사회를 풍자하는 사건들과 갈등, 그러한 세태가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발표된 지 이미 10년이 되어가지만 지금의 현실에 놓고 보아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현대 소설이다.


작가 특유의 짧게 끊어서 사건을 연결시키는 속도감 있는 전개로 인해 가독성이 좋고 인물 간의 갈등 또한 사실적이라서 쉬우면서도 흥미롭게 읽히는 소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담겨있는 내용은 절대로 가볍지는 않은 소설이다.


주인공은 은영이며, 반 주인공은 혜미가 등장한다.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읽으면 혜미가 이해하기 어려운 젊은 세대로 보이지만, 젊은 세대의 관점에서 읽으면 혜미의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안타깝다. 은영은 끝까지 그런 혜미를 이해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끝까지 서로를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그 둘의 관계는 평행선처럼 흐르고 있다.


은영의 사장과 남편 또한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은영의 사고방식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혜미의 사정에서 글을 읽다 보면 사회에서 무력함을 느끼고 나약해지는 모습에 당연히 저절로 좌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도 새로 고용한 대학생 알바생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거나 주변인들을 다른 방향으로 고민하게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더불어 내가 사회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경험이 은영이 느끼는 경험과 많이 비슷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혜미의 상황과 중첩되는 부분이 더 많아서 상사가 나를 자르고 싶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 끼치기도 하다.


3. 가장 좋았던 부분


내가 사장 달고 서울에 와서 처음 거래처 사람들 만나서 인사할 때 그중 한 명이 그러더라고 문 앞에 있는 아가씨 자르라고. 회사에 들어온 고객들이 그 아가씨 얼굴 보고 첫인상 안 좋게 갖는다고 말이야. 그런데 내가 그 아가씨를 처음 봤을 때 똑같이 생각했거든. 최 과장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조직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게 중요해. 지금 그 아가씨가 상습 지각하고 근무시간 중에 병원 다니는 게, 그 자체로도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치지는 않지. 그 정도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이러다 다른 직원들도 우리 회사는 지각쯤은 해도 상관없구나, 나도 평소에 지병 있던 것도 근무시간 중에 통원치료를 받아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쩌겠어.


-. 조직은 운영한다는 탈을 쓰고 있는 사장의 폭력적인 생각이 돋보이는 단락이다. 어떻게 해서든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의 흠결을 찾아서 문제를 삼고 싶어 하는 사장의 낡은 생각이다. 크게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관점이기도 하다.


4. 두 번째로 좋았던 부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여자아이는 가방에 손을 넣어 봉투를 확인했다. 봉투를 땅에 떨어뜨리고 돈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겁이 났다.(이렇게 주지 말고 계좌로 바로 부쳐 줬으면 좋을 텐데.) 건물을 나서자마자 은행을 찾아갈 참이었다. 학자금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독촉을 받고 있었다. 여전히 발목이 아팠다. 인대 수술을 받느라 퇴직금을 다 썼지만 별로 나아진 게 없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 사실 제일 아쉬운 단락이기도 하고, 그 반대로 두 번째로 좋게 생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독자가 생각해도 되는 부분이 갑자기 설명되어 있듯이 서술되어 있어서, 독자의 영역을 넘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다. 반면에 이 단락으로 인해서 사회적 약자인 혜미의 사정을 한 번 더 헤아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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