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by 부소유
이기호 작가의 단편소설


1. 요약


-. 주인공은 이상한 남자를 만난 시기를 떠올린다. 무력증에 빠져 지내던 시절이 있었고 회식자리에서 술기운에 직장 상사에게 화를 낸 적도 있었다. 주인공은 서울에 집이 있으나 지방의 대학에 교수로 재직 중이었고 따라서 근처의 오래된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었다. 혼자 살면서 화가 계속 쌓이고 있었다. 그렇게 살다가 이상한 남자를 만났다.


-. 주인공은 자주 방문하는 호프집에서 그 남자를 처음 마주쳤다. 주인공은 그 남자를 ‘먼지 뭉치’와 같은 이상하게 힘없이 흔들리는 이미지로 그 남자를 생각한다.


-. 다음날 주인공은 아파트 정문에 대자보를 들고 있는 그 남자를 다시 마주친다. 아파트에 사는 어떤 인물에게 입금한 돈을 받으려고 한다는 내용이다. 그 남자는 몇 날 며칠간 그 자리에 계속 있었다.


-. 주인공은 이웃에게 그 남자의 안타까운 사정을 듣게 된다. 그 남자의 어머니가 사채를 쓰면서 생긴 빚이 늘어나 있었고 그것을 어머니가 갚은 줄 모르고 그 남자도 동일한 금액을 이체했다는 것. 그리고 그 돈은 물론 다시 되돌려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 사채업자의 주소가 이 아파트로 되어있고 그 집에는 그 업자의 노모 혼자 살고 있다고 한다. 주인공은 그 이야기를 알고 답답해했지만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 그 남자는 한여름에 한 달이 넘도록 같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그 남자는 동네에서 취업도 했고 이름이 권순찬이라는 것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동네 사람들이 권순찬 씨에게 소용이 없다는 것을 설득해도 통하지 않았다.


-. 주인공은 그 권순찬 씨와 호프집에서 마주 앉아 술을 마신 적이 한번 있었다. 그는 주인공이 대학에서 일하는 것을 알고 어떤 종이에 적힌 글의 맞춤법 확인을 부탁받았다.


-. 세 달 째에도 그 남자는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어느덧 한기가 느껴지는 날씨 때문에 주인공과 주민들은 계속 권순찬 씨가 신경 쓰였다. 그러던 중 그를 위한 모금이 시작되었다.


-. 네 달째가 되어 권순찬 씨를 위한 모금액이 다 채워졌다. 주민들은 사채업자의 어머니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모금액을 전달하기로 했다. 한편으로 그 남자와의 관계가 끝나는 것에 대한 시원 섭섭한 마음도 갖는다.


-. 나중에 주인공이 전해 들은 이야기는 권순찬 씨가 그 모금액 받는 것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이상한 소문도 돌았다.


-. 입주민 대표는 주인공에게 의견을 구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 주인공은 한동안 다니지 않던 집 앞 호프집을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 다섯 달이 되자 구청 공무원들이 그가 노숙했던 천막을 철거했고 그 남자는 다시 설치하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 눈이 오는 어느 날 주인공은 호프집에서 있다가 갑자기 나가서 권순찬 씨에게 화를 냈다. 모금액도 받지 않고 이곳에 대자보를 갖고 노숙을 하고 있는 이유를 추측하고 확인하려고 했다.


-. 며칠 뒤 노숙인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와서 권순찬 씨를 끌고 갔다. 다섯 달간 그가 있던 자리에는 아주 작은 흔적만이 남아 있게 되었다.


-. 주인공은 어느 날 아파트 주차장에서 못 보던 차량과 사람을 마주치며 그가 바로 권순찬 씨가 찾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짐작한다.


2. 느낀 점


난해한 단편소설이다. 대학교 교수로 일하며 사소한 일로 화를 내는 남자가 주인공이며, 그의 삶의 공간 근처에 와서 주인공을 자꾸 신경 쓰이게 만드는 권순찬 씨가 반 주인공이다.


소설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주인공이 사는 지역의 주민들은 대부분 착한 사람들, 혹은 정상적인 사람들로 등장한다. 그에 비해 뭔가 비정상적이며 비상식적인 권순찬 씨의 등장은 모든 사람들에게 걱정과 고민거리를 남겨준다.


권순찬 씨 나름의 사정은 있지만 그의 안타까운 사정을 알고 나서도 일반 주민들은 어떻게 해볼 방법은 없다. 그저 소극적인 방법 중에 최선의 방법으로 모금액을 모은다는 일을 묵묵히 뒤에서 진행할 뿐이다. 주인공 또한 그 옆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한다.


권순찬 씨는 일반적으로 알기 어려운 어떤 깊은 생각을 갖고 긴 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외로운 인물로 보인다. 아마도 그런 면에서는 진중한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주인공에게 맞춤법을 확인받는 일로 보아서는 아주 구체적이고 세밀한 계획을 갖고 행동하는 인물로 보이지는 않는다.


권순찬 씨는 오랜 저항의 시간에도 불구하고 결국 허무하게 끝나지만, 권순찬 씨가 아파트 앞에 앉아있던 시간들과 주인공의 화, 주민들의 대응 방식은 일반적인 우리들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3. 좋았던 부분


입주민 대표와의 말 때문인지 몰라도 나는 퇴근을 할 때마다 그를 만나러 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다. 차를 주차하고 바로 집으로 들어가선 안 된다고, 어디선가 사람들이 내가 권순찬 씨를 만나기를, 내 걸음이 어디로 향할지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그런 생각들이 나를 계속 따라다녔다. 실제로 나는 차를 주차하고 곧장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몇 번 다시 아파트 정문 앞까지 걸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상 더 나아가지는 못했다. 그를 설득할 자신도 없었지만, 왜 내가 그를 설득하려고 노력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에 시달리고 신경을 쓰자니, 다시 무력감이 찾아오고 다시 화가 가는 기분이었다.


-. 주인공이 처음부터 느끼고 있었던 내면의 고통이 평소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인물로 인해서 계속 확장되고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잘 설명된 단락이다. 주인공 또한 착한 사람들에 속해있지만 그가 진짜 착한 사람인지 아니면 착한 사람인 척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기도 해서 갈등이 폭발하기 직전으로 보인다.


4. 두 번째로 좋았던 부분


남자를 보며 당시 내 머릿속에 떠오는 이미지는 ‘먼지 뭉치’였다.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 방구석에 머리카락과 함께 둥글게 부풀어 오른 ‘먼지 뭉치’. 나는 그게 좀 이상했다. 왜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유리창에 덧댄 패널처럼, 힘없이 흩날리는 눈송이처럼 보이는 걸까? 저 남자의 무엇이 그런 것들을 떠오르게 만드는 것일까?


-. 소설의 뒤에 나오게 될 사건에 대한 복선이 서술된 탁월한 단락이다. 서술된 내용은 주인공의 현재 심리와 앞으로 겪게 될 갈등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알바생 자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