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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드윗

긴 호흡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

by 부소유

패트릭 드윗의 말을 동시 통역을 통해 듣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달되는 그의 생각은 오히려 더 본질적으로 다가왔다. 50세가 된 그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다. 마음속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것 외에는 어떤 방해물도 없이 걸어다녔던 시절에 대한 그의 회상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그는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세대였다면 과연 작가가 되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텍스트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 공간, 인내심을 가질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세대론이 아니라, 문학이 태어나는 조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었다. 고요함과 집중, 그리고 무료함까지도 필요로 하는 글쓰기의 조건들. 그것들이 점점 희귀해지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문학을 지켜낼 것인가.


그의 장편 <시스터스 브라더스>의 탄생 비화는 창작의 신비를 보여주었다. ‘sensitive cowboys’라는 단 두 단어의 메모에서 시작된 대서사. 서부극을 보면서 카우보이와 인디언의 내면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서 출발한 이 소설은, 장르의 관습을 전복시킨 작품이 되었다. 영웅과 악당으로 단순화된 인물이 아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일라이의 깊은 슬픔을 그려낸 것이다.


소설 창작과 관련하여 큰 폭발 같은 것이 작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보통은 훨씬 더 겸손하고 작고 눈에 띄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그의 말은 창작의 본질을 꿰뚫는다. 두어 개의 단어, 혹은 모호한 느낌 같은 작은 것에서 시작되지만, 그 안에 내재된 신비로운 에너지가 있다는 것. 작가는 그 에너지를 감지하고 따라가는 사람이라는 통찰이 인상적이었다. 책의 영혼을 따라간다는 창작 철학은 특히 깊은 울림을 주었다. 작가가 책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 원하는 방향이 있다는 것. 그것을 거스를 때 글이 고통받고, 따를 때 성공적이 된다는 경험담은 창작의 신비로운 본질을 드러낸다. 이것은 작가의 겸손함인 동시에, 작품에 대한 깊은 존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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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처럼 살고 싶지만, 현실은 이방인의 뫼르소 처럼 살고 있습니다. 싯다르타 처럼 속세를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은 호밀밭의 홀든 콜필드 랍니다. 뭐 그럼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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