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장르 문학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종일 작가의 최신 장편소설이다.
그의 이번 소설은 공포라기보다는 300페이지 가량 되는 분량 내내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 소설이다. 소설의 시작부터 거의 후반부까지 결말을 궁금하게 만드는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드는 탁월한 액션 스릴러 심리 소설이다.
소설의 내용은 단순하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감독 정필규가 의문의 전화를 받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화 넘어 누군가는 그의 딸을 납치했으며 밸런스 게임을 해서 이겨야 딸을 무사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협박한다. 정필규는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밸런스 게임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1번과 2번 중에 선택을 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렇게 열 번을 해내야 딸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정필규는 놀라운 선택지를 받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며 스펙터클한 스릴러를 겪게 된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사건을 계속 겪으며 정필규는 이 게임의 비밀에 점점 가까워진다.
이 소설의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이야기의 긴장감이다. 이야기를 박력 있게 치고 들어가는 힘과 그 힘을 유지하는 빠른 속도의 문장들이 이야기에 쉽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아마도 장르소설, 웹소설을 넘나들며 활약했던 작가의 필력 때문인지 사건의 빈틈을 계속 파고 들어가는 힘이 좋았다. 때문에 최근 들어서 읽은 수십 권의 책 중에 읽으면서 다음 이야기가 계속 궁금하게 만들어서 더 빨리 읽고 싶게 만드는 몇 안 되는 소설이었다.
계속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상징적인 소설, 느린 호흡과 긴 문장으로 읽다가 지루하게 만드는 소설,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 소설, 이해한 것이 맞는지 혼란스러운 고전소설과는 또 다른 맛이다. 독자가 지쳐서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소설과는 완전히 정반대로 독자를 끌어들여서 몰입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그만큼 너무 빨리 읽어서 아쉽고 여운이 짧은 소설이기도 하지만 내겐 종종 이렇게 머리를 쉬게 해주는 소설이 필요하다. 마치 쉬고 싶을 때 액션 스릴러 영화를 즐기듯, 쉬고 싶을 때 읽기 딱 좋은 소설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내용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만하지 않다. 소설의 중심에는 학교 폭력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의 사회가 현대화, 미래화되고 있지만 학교 사회는 여전히 폭력의 사각지대에서 과거를 맴돌고 있다. 나 또한 오래전에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지만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학교 폭력은 사라지지 않을 분위기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는 그 시절을 쉽게 잊지만 난 아직도 폭력을 행사한 그 녀석들을 잊지 못한다. 이 소설은 은근하게 그것을 말하고 있다. ‘여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한을 남긴 사람’ 그들이 바로 학교 폭력의 가해자들이다. 인이 있고 과가 있다. 인과가 없는 경우는 없다. 이 소설은 인과응보를 철저하게 아주 신랄하게 보여준다. 학교 사회의 바른 미래를 위해서 한 편으로는 이 소설은 과감하게 청소년 권장 소설로 추천하고 싶기도 하다.
이 소설의 에필로그까지 읽어보며 느낀 바, 이 장편소설은 영화 [더 테러 라이브],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어떤 장면 장면들이 떠오를 정도로 영상화에 최적화된 소설이다. 어쩌면 작가는 처음부터 영상화를 노리고 이 장편소설을 써 내려갔을 지도 모른다. 이미 작가의 여러 작품이 영상화로 검토되거나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이 작품의 영상화를 상상하며 읽고 있었다. K 콘텐츠가 각광을 받는 이 시대에 순문학을 넘어서 이런 다양한 장르의 소설이 힘을 받아서 세상의 주목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