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 왈튼 작가의 굉장히 짧은 엽편소설이다. 요즘 말로는 초 단편소설. 200자 원고지 9장 분량. 줄거리는 아주 단순하다. 캐티 마이라는 아이가 요정을 잡아서 심심풀이 장난으로 괴롭히다가 다른 놀 거리가 생겨서 갖고 놀던 요정을 가차 없이 버리고 가는 내용이다.
2. 워낙 짧은 소설이라서 이렇게 짧은 소설을 읽고 어떤 느낌이 있을까 궁금증을 갖고 읽었다. 그동안 읽은 소설 중에서 아마도 제일 짧았기 때문에 과연 이해 가능한 서사의 구조라는 것이 있을지도 궁금했다. 하지만 그런 궁금증이 답답한 마음으로 채 변하기도 전에 이 소설은 아주 단순하고도 중요한 사건이 바로 전개되었다. 그러면서 주인공 인물에게 곧바로 몰입되어서 나 또한 그 인물의 곁에 있다가 빠져나오는 기분으로 읽었다. 분량이 아주 짧지만 군더더기가 없어 담백하고 서사적인 면에서는 작은 부분에서 세밀하게 치고 들어가는 묘사가 리얼했다. 게다가 소설의 결말까지 깔끔했다.
3. 누구나 쉽게 포착할 수 있는 한 장면을 잡아서 구체적인 묘사와 행위로 사건을 서술했다. 특히 이 소설에서 잡은 장면은 사진 한 장으로도 설명 가능한 아주 작은 사건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아주 작은 사건을 잡아서 굉장히 그럴듯한 사건으로 만든 문장들이 이 글의 탁월한 점으로 보인다.
4. 짧은 문장 속에 아이, 어른, 동물, 요정의 시선이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다. 그 시선들이 쉽게 서술되어 있고 단순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읽기 편하고 어떤 불특정 독자가 읽더라도 어떤 한 쪽의 시선에라도 공감할 수 있어서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만한 소설이다. 게다가 조금 더 들어가 보면 이 소설에서 신유물론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이 비인간에게 가하는 폭력이 느껴졌고 그 이후에 그 폭력이 무의미했던 작은 사건으로 지나가는 것이 느껴져서 먹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