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엘리아스 카네티의 단편소설이다. 무언가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외교관들이 갑자기 주인공이 사는 집에 들이닥쳐서 오랜 시간 회의를 하고 자연 훼손을 최소한으로 하는 범위까지 따지며 국경을 정했다. 어쨌든 그 국경이 집안에 있기 때문에 가족은 집안의 국경을 넘을 때마다 통행증이 필요했고, 증명서가 필요했다. 집안에서 국경을 넘으며 세관이 몰래 술을 가져와 마시다가 걸리기도 하고, 세관은 정정당당하게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기도 한다. 주방을 가로지는 국경으로 인해서 오고 가는 음식과 주방기구에 적용되는 세금도 생겼다. 이에 주인공은 세율이 높은 음식을 포기하기도 한다. 급기야 집안에 벙커도 생기고 상주하는 군인까지 들어와서 위장 근무를 한다. 상황은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주인공이 경험하는 이상한 생일까지 이어진다.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끼리의 묘한 긴장감 속에서 주인공은 다른 곳으로 집을 옮기고 싶어 하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2. 좋았던 부분
그들은 회의용으로 쓰기 위한 탁자 하나를 빌리자고 했다. 우리가 네모난 탁자를 내주자 그들은 곤란한 얼굴을 했다. 회의용 탁자는 둥글어야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런 탁자가 우리에게는 없었다. 그들은 결국 톱을 좀 빌리자더니 탁자의 모서리들을 잘라내서 둥그스름한 모양이 되게 하고서야 자리를 잡았다.
-. 국가를 위해 가정을 희생해야 하는 국가의 폭력성이 드러난 부분이다. 흥미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우리가 집 안에서 움직이는 데 크나큰 어려움을 없게 되었다는 것이 곧 밝혀졌다. 즉 모든 식구에게 영구 통행증 같은 것이 발급된 것이다. 옷장에서 침대로 갈 때라든가, 또는 부엌 부뚜막에서 마루청으로 나갈 때 그 증명서만 제시하면 되는 것이었다. 어른과 동반한 아이들에겐 따로 검사를 하지 않았다.
-. 국경으로 인해 쓸데없는 절차와 업무가 생기는 것을 풍자한 부분이다.
음식이 조리되는 부뚜막은 국경 저쪽이었고, 식탁이 놓여있는 곳은 국경 이쪽이었다. 국경을 넘나드는 물건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어야 한다. 심지어는 포크 같은 것에 대해서까지도. 그러나 일반적으로 먹는 식사에 대한 세율은 그리 높지가 않았다. 다만 별식에 해당하는 것,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파이 같은 것에는 엄청난 세금이 붙었다. 그것도 양쪽에서. 그래서 파이 같은 것을 먹어 본다는 것은 일찌감치 단념하고 말았다.
-. 세금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정이 되어 있다. 마치 우리가 사는 현실에도 쓸데없는 세금과 수수료가 서민들의 등골을 휘게 만드는 것이 똑같다고 느껴진다. 그렇다고 현대사회에 관세 또는 세금 없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기에 이 상황이 또 우습기도 하다.
3. 제목 그대로 국경 위에 집에 살면서 곤란한 상황을 겪는 가족의 이야기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집이 먼저 있었고 그 집안에 국경이 생겨버린 상황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것이 꼭 말이 안 되지는 않아서 웃기고도 슬픈 상황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으로 묘사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소설 전체적인 맥락에서 국가의 생성에 대한 과정도 느껴졌다. 국경을 정하고, 법과 세금을 설정하고, 군대를 만드는 과정이 그야말로 국가의 생성 과정이다. 특히 이 소설의 마지막에서 국경을 사이에 둔 사람들의 묘한 긴장감을 주는 모습이 진짜 리얼하게 느껴졌다. 소설에서는 ‘그들이 아직 상대편에 대해 적대감을 나타내지는 않는다’고 서술하고 있지만 후술된 바와 같이 그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를 일이다. 그것은 바로 전쟁을 말하고 있어서 더 소름 끼친다. 아쉬운 점으로는 많은 국가의 역사에서 공통적으로 겪은 이념과 정치 문제까지 이 소설에 녹여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