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편이 머리를 기르고 싶어한다!
남편에게 휴직을 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마음껏 글을 쓰는 것과 평소에 해보지 못한 것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중에서 머리카락과 수염을 길러보는 것!
우리 남편은 약 5년전 병가휴직을 3개월간 가졌다. 그때 수염과 머리카락을 길러보았는데 사실 진짜 어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남편이 건강이 좋지 않았기에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특히 수염은 ... 차승원이나 마동석처럼 수염이 많이 나는 사람이 아니라 몇가닥의 수염이 자라 마치 조선시대 이방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마저도 길이는 길어지지 않았지만....
올해는 6개월의 휴직과 개인연차까지 사용하면 8개월가량이니 조금 더 기를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는 한번 더를 외친다
“그래 이런 휴직 기간을 갖는게 쉬운일이 아닌데 하고 싶은걸 다 해봐!”
설 명절을 앞두고 이발을 한 후 그는 진짜 이발을 하지 않았다.
출근을 해야하니 면도는 매일 했지만 휴직 이전에 이미 그의 장발 시도는 시작되었다.
안어울려 !
2. 거지존
남편은 머리카락을 기르면서 나름 만족하는 것 같았다. 지인들을 만나고 오면 “다들 괜찮대” 너만 이상하다고 해 라고 말했다. 나는 근데 “정말 안어울려” 속으로 백번을 외친다.
하고 싶다고 하니까 그래 해봐~~ 하고 지켜보는 중인데 머리카락이 길어질수록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남편의 깔끔한 이미지가 좋았다. 항상 셔츠만 입고 다녀 셔츠맨이라고 불렀을 만큼 깔끔한 스타일이 참 “내 스타일” 이었다.
생각해보면 출산 후 살이 찌고 그 살을 아직 빼지 못해 통통족이 된 아내에게 남편은 살 빼라고 한번도 잔소리를 한 적이 없다. 그런데 나는 남편의 머리카락을 참아내지 못하고 있는중이다. 왜냐면, 그의 잘생김이 무너지고 있는지 그는 모르는가?????
나도 남편의 지인이라면 어 괜찮아 라고 한번 말하고 뒤돌아설 것이다. 그냥 지인인데 이상하다고 말해 그의 기분 상하게 하면 무엇하랴!
내가 가족이고 가장 가까운 지인이며 아내이며 짝궁이며 나는 너 너는 나 너와 나 우리.......
장발을 한 배우 톰 크루즈는 정말 자연스럽고 빛이났다. 원빈, 고수, 이준기 이름만 들어도 그들의 장발은 아름답다. 우리 남편의 장발은... 이외수... 나중엔 서남용이 생각났다.
서남용입니다!
남편이 탈모병원에 다녀왔다. 탈모병원 의사가 머리띠를 하는 것은 괜찮으나 묶는 것은 탈모에 좋지 않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날 이후 남편은 머리를 풀고 다녔다.
반곱슬의 단발머리 남편, 염색도 안해서 머리를 기르니 흰머리가 더 잘 보였다.
뒷모습만 보면 마치 옆집 언니와 있는 기분이고, 거실의 남편 식탁자리 밑에는 머리카락이 빠져 있는 것이 늘 보였다. 집에 마치 여자둘이 사는 것 같은 기분이다. 청소할 때마다 남편의 베게 밑과 식탁자리는 돌돌이를 들고 다니며 머리카락을 청소했다.
남편에게 머리를 기를거면 파마를 하거나 다듬기라도 하는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미용실에 다녀온 남편은 살짝 다듬기만 하고 왔는데 사실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왜 미용실 비용은 여자인 나보다 더 비싸게 내고 온거지?
그의 머리 말리기 왜! 이렇게 롱~~~ 타임이냐고...
남편의 하루일과의 마무리는 스트레칭이다. 늘 9시경 스트레칭을 하고 씻고 10시쯤 아이와 인사를 나눈다. 10시에 아이는 자러 들어갔는데...
남편은 씻고 나와서 이제야 머리를 말린다. 그리고 약 20분이 넘도록 드라이로 머리를 말리고 있다. 여자인 나도 두피만 10분 내외로 말리고 머리카락은 자연으로 말리고 있는데 왜 이렇게 오래도록 말린단 말인가? 이렇게 오래 머리를 말릴 것이면 안방 화장실에서 말리거나 일찍 씻었으면 좋겠는데...
남편은 내가 머리카락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면 잔소리를 한다고 생각해 기분이 나빠하기도 해서 난 매일 그를 탓할 수 없었다.
10시에 잠을 자러 들어갔으나 남편이 드라이를 하는동안 아이랑 조명놀이를 하기도 하고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하면서 결국 10시 30분이 넘어야 잠을 자기 시작 11시가 되어야 잠이 들었다. 하.
3. 시선들
남편의 복직날이 다가온다. 머리도 잘라야지!
최초 나와 약속한 것은 휴직기간동안 머리를 길러보겠다는 것인데,
요즘은 회사에도 머리를 기른 남자들이 많고,
이만큼 기른것도 아까운데 기를 수 있는 만큼 더 길러보고 싶다고 바뀐 생각을 말했다.
그리고 책을 출판하기 전까지 머리를 기르고 싶다고 한다.
그의 목표가 생각보다 정말 길어졌다.
난 참아왔던 분노가 솟아오른다.
모든 아내들이 남편의 장발을 두고보지는 않아.
그리고 정말 안어울렸어.
회사는 자르고 가면 안될까
아무리 요즘 윗 사람들 눈치를 안본다고 해도 ...
사회생활을 하며 애써서 눈에 띌 이유가 굳이 있을까?
회사에 다녀온 첫날 남자 지인들이 모두 괜찮다고 잘 어울린다고 했단다.
그들을 만나면 가만두지 않을거다. 라고 생각했다.
본인들이 기르지 못하는 마음을 당신으로 인해 만족하는 것인가?
진심인가?
여자 지인들 몇이 지저분하다고 조언을 했다고 한다.
어느날 남편은 내가 머리 좀 자르고 오라는 잔소리를 몇 번 하자 기분이 상했는지
머리를 자르고 왔다. 그리고 더 이상 장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기를 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머리를 자른 남편을 만나자 올레!
다시 돌아왔다 내가 좋아했던 스마트한 그가!
자 여보!!소원을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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