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한 번뿐인 그 순간에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모두 부러워하는 성대한 결혼식. 생각이 바뀐 건 본격적으로 주변 지인들의 결혼식을 가게 된 20대 후반부터였다.
가장 행복해야 할 그날의 주인공들은 손님맞이부터 식준비까지 그 누구보다도 신경 쓸게 많고 정신없어 보였다. 식순이 끝난 피로연장에서는 음식이 맛이 있네 없네부터 신랑 회사가 대기업인지, 신부 외모가 어떻고 손님이 많네 적네까지. 결혼을 축하하는 마음보다 결혼식을 평가하기 바쁜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내가 상상한 결혼식은 이게 아니었는데..
꿈꾸던 것과 다른 결혼식 풍경에 결혼식에 대한 로망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결혼 = 돈덩어리인 것도 내 결정에 한몫했었다. 같이 살 집을 구하는 비용부터 각종 대출, 세금에 혼수와 부가적인 기타 비용들까지. 서로 부모님 손 빌리지 않고 우리 힘만으로 진행하려고 보니 한정된 예산 안에서 움직이려면 우선순위가 필요했다.
무엇에 힘을 주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남편과 나는 집돌이 집순이이다. 게다가 둘이 있을 때 가장 편하고 둘이 있는 공간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우리의 1순위는 당연히 집.
2년마다 신경 써야 하는 전세보다 맘 편한 자가로 예산의 80%를 몰빵하기로 했다. 나머지 10%는 그 집을 꾸밀 인테리어, 남은 10%는 그 집을 채울 혼수. 신혼여행은 여유가 있을 때 가기로 한 우리의 2순위.
결혼식은 우리가 버리는 카드였고 그 의미는 생각보다 컸다. 수없이 뿌린 부모님의 축의금들을 내 발로 걷어찬 것이었고 장녀의 결혼식이 없다는 것을 주변에 알려야 할 부모님에게 불효하는 것이었다.
주변 지인들도 다시 생각해보라며 말리기 일쑤였고 부모님 또한 완강했었지만 내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일생에 한 번뿐인 그 순간을 불행의 순간으로 남기고 싶지 않아 결국 내 결혼은 시작부터 불효로 시작되었다.
지금도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
결과적으로 마음에 쏙 드는 동네에서 내가 원하는 인테리어, 혼수로 안락한 집을 얻어 지금 누구보다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으니까.
다만 부모님께 평생 마음의 짐은 될 것 같다. 걷어야 할 축의금만큼 더 행복하게 사는 모습으로 효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