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선택에 따라 때론 운명이 달라지기도 하고, 가끔은 반대급부에 대한 생각이 딸려오기도 한다.
회사에서 개발자들이 우대받는 것을 보며 문과를 선택한 것은 지금도 후회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지금까지도 잘했다고 생각하는, 감히 내 운명을 바꿔놨다고 말할 수 있는 선택이 하나 있다.
OO님, 다른 부서 팀장으로 가는 것 어때요?
첫 회사에서 일한 지 1년 반이 지난 어느 날, 당시 팀장님이 나를 조용히 불러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익숙하고 보람도 느끼며 좋은 팀장님과 팀원들을 만나 가장 즐겁게 일하고 있었을 때였다.
당시 호황인 몸 담고 있던 부서와 다르게, 매출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OO부서는 파격적인 인사 개편과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우리 부서의 각 팀 추천인을 받아 승진과 함께 부서이동을 하게 된 것.
말만 그럴듯한 '부서 추천'인지, 진짜 그 부서를 살리기 위한 '인재'가 필요한 것인지 처음 들었을 땐 구분이 되지 않아 망설였었다. 평소에 존경하던 팀장님이 나를 지옥으로 보낼 리 없다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아직 2년도 안된 내가 업무도 모르는 부서의 팀장이 된다니, 부담감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긴 고민의 시간을 갖던 내가 결정하게 된 계기는 팀장님과의 4차 면담 때였다.
"OO님이 일 잘하는 거 다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부서는 지금 포화예요. OO님보다 먼저 입사한 사람만 20명이 넘고 이미 모든 팀의 팀장 자리는 차 있어요. 여기서 OO님이 팀장을 달기까지 수년이 더 필요하고 그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금 전사가 주목하는 부서의 팀장이 된다는 것은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잘 생각해 봐요."
팀장님의 말이 현실이었다. 내가 현재 부서에서 팀장을 달기엔 이미 자릴 잡으신 팀장님들이 거뜬히 지키고 있었고 먼저 입사한 수많은 경쟁자들을 제끼기란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였다.그리고 무엇보다 이 선택을 하지 않았을 때 후회가 훨씬 더 클 것 같았다.
그렇게 다음날 갑작스레 짐을 싸고 다른 사무실로 출근을 하게 됐다. 전혀 모르던 시장 현황과 고객니즈를 파악하는 것부터, 업무를 모르는 사람이 팀장이랍시고 무언가를 바꾸는 것에 대해 비협조적이었던 기존 직원들까지 뭐 하나 쉬운 것은 없었다. 새벽퇴근이 일상이었고 덕분에 불규칙한 식사로 몸무게를 얻고 주변 지인들을 잃었으며 나의 20대 후반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하지만 팀장 직책에 있다 보니 그에 걸맞은 행동과 책임감을 갖추게 됐고 업무능력 또한 크게 성장했다. 그 선택 덕분에 지금의내가 있을 정도로.
아 이거 말고 저거 먹을걸, 그때 그냥 연락을 해볼걸
사실 어떤 선택을 하냐와 상관없이 후회는 항상 존재하는 것 같다. 어차피 모든 선택에 후회가 있기 마련이라면, 조금 덜 후회할 선택지를 택하는 것이 내 결정의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