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총 반년을 쉬었다.본격적으로 이직할 곳을 알아본 것은 충ㅡ분히 충전했다고 생각한 백수 4개월 차.
초반에알아본 회사들의 조건은 이러했다.
-내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 -퇴사 전 연봉의 최소 00% 이상 제안하는 곳 -워라벨을 존중해 주는 회사 문화를 가진 곳 -매출 구조가 안정적인 회사 (스타트업 제외)
첫 회사가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업계 1위로 규모가 커지면서 그 성장통을 직원들이 온몸으로 느꼈던 터라 첫 회사의 단점이 없는 회사를 원했다.
조직문화도 동일한 이유였다. 사내문화가 전반적인 회사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을 깨달아 블라인드, 잡플래닛을 참고하며지원서를 제출했다.
우선 전 회사의 경쟁사 위주로 모두 면접이 잡혔다.경력은 당연히 인정받았고 처우 또한 생각보다 더 높은 액수를 제안받았다.
면접도 수월했다. 그간 여러 팀을 맡은 경험과 프로젝트 성과들, 그리고 야근이 비상식적으로 많은 전회사에서 6년을 버틴 것에 특히나 긍정적인 반응들이었다.
그런데 문득 고민이 됐다.
한 곳에서 진득하게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에 적지 않은 나이까지 생각해 봤을 때, 마지막 이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직무가 과연 내가 평생 할 수 있을 직무일까? 나는 현재 직무에 만족하는가? 첫 취업을 준비하던 취준생이 할 법한 생각들이 문득 밀려왔다.
전회사에서의 나는 '제너럴리스트'에 가까웠다.
장점으로는 여러 팀을 거쳐가며 업무의 범위가 넓어 모든 일을 두루 잘할 수 있다는 점이었고, 단점은 그 깊이가 깊은 분야는 딱히 없다는 것이다. 나 없으면 큰일난다는 말을 항상 들었지만 실제로 내가 떠난 빈자리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금방 다른 사람으로 채워져 있었다.
회사 이름만 다를 뿐 직무가같아 또다시 이런 고민들을할 것 같단 생각에 결국 모두 입사를 포기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 두 개의 절충안은 무엇인가
일단 회사 업종에는 사명감이 있어 유사 업종을 원했고 직무는 기존 해오던 업무와는 다른 좀 더 전문적인 일을 희망했다.
32살 나에겐 나름 큰 도전이었다. 기존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고 어쩌면 신입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그렇게 세네 곳에서 면접을 봤고, 모두 이 직무에 지원한 이유를 물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던 것과 기존의 경력과 경험이 지원한 직무에 어떤 도움이 될지 어필하는 것에 주력했다.
결과적으로 만족하는 곳에, 새로운 직무지만 기존 경력을 인정받으며 이직에 성공했다.
초반에 생각했던 이직의 우선순위는 안정성과 연봉 위주였다면,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자기만족과 도전으로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내 선택에 충분히 만족 중이다.
경력직임에도 바뀐 직무에 신입처럼 배워야할 것은 산더미였지만, 보다 전문성 있는 업무에 스스로 성장함을 느낄 수 있었고 퇴근 후 취미생활과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개인적인 삶의 밸런스도 이전보다 윤택해졌다. 만약 처음 생각한 안정성을 선택했다면, 지금까지도 야근에 허덕이며 워라밸을 꿈도 못 꾼 채 또다시 퇴사를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이직을 준비하기 전,초심의 자세로 스스로 깊게 고민해 보길추천해본다. 내가 정한 우선순위에 따라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완전 달라질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