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선'을 잘 지키고 있나요?

Part3. 말에도 TPO가 있다.

by 부캐스트

처음 갖게 된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이 조금씩 익숙해질 때였다.


정신없던 신입생활에 그나마 의지가 됐던 건 같은 날 입사한 동기들. 나이도 제각각에 팀도 모두 달랐지만 가끔 동기들이 일하는 건물에 들를 땐 마음이 편안해졌다.

각자 맡은 강사의 특성부터 신입만이 누릴 수 있는 각종 사고에 상사 뒷담까지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여느 때처럼 바쁘던 어느 날,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던 동기 중 유일한 동성이었던 한 살 위 동기 A와 업무 관련 얘기할 것이 있어, 나는 아무 생각 없이 A를 불렀다.


"아 언니~"


아마도 A를 호칭한 건 처음인 걸로 기억한다. 저 멀리 있는 A를 부를 일도 없었고, 설사 멀리 있더라도 평상시엔 딱히 호칭할 일이 없었다는 게 더 희한할 정도..

하..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쓰면서도 그때의 내가 부끄럽다. 엄숙하고 조용한 사무실에서 언니라니.. 어디 미용실 마실 왔니..?




OO님, '언니'는 아닌 것 같아요.


그날 퇴근 전 A가 잠깐 대화를 하자며 불러냈다.

아직도 처음 저 말을 들었을 때 느낌이 기억난다. 양쪽 볼따구가 뜨거운 게 느껴질 정도의 후끈화끈한 느낌.

아마 당황스러움과 왠지 모를 배신감, 그리고 오랜만에 들은 직설적인 지적에 살짝의 화남이 뒤섞였겠지..


그 자리는 사과와 웃음으로 잘 마무리 됐지만 사실 그때의 난 짜증이 났었다. 친하다고 생각한 동기에게 나름 친근함의 표시였는데 돌아온 것이 지적이라니. 그리고 '언니'가 어때서? 아줌마라고 부른 것도 아닌데!



9년차가 된 지금의 나는 또 한 번 볼따구가 뜨겁다. 이번엔 낯뜨거움의 의미로.

아마 똑같이 '언니'라 불렀어도 사무실이 아닌 사석에서였다면 A의 반응은 달랐으리라.


별 것 아닌 일화였지만(아마 A는 기억조차 못 할 수도), '언니사건' 덕분에 상황에 따라 알맞게 옷을 입는 TPO(Time, Place, Occasion)처럼 '말'도 최소한의 '선'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의 나는, 특히 직장에서 지키는 적당한 선의 중요성을 이전보다 더욱더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의 나는 '선'을 잘 지키고 있는가?

혹시 놓치고 있는 선은 없는지 다시금 물어볼 만한 질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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