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김응신 야심한 저녁에 나의 지인과 만나 이런저런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생각이 복잡해 이를 정리하고자 버스 대신에 40분이나 되는 거리를 걸어왔다.
고즈넉한 밤에 터벅, 터벅 슬리퍼를 신어서 그런지 리듬감 있게 신발 소리가 골목에 울린다. 그리고 생각에 빠졌다. 난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무엇을 그리 원하는지, 왜 고통받는지 등 오롯이 내가 어떻게 세상을 받아들여 왔는지 생각했다.
그러다 문뜩 내가 만약에 창조주라면, 혹은 인류에 깊이 새겨진 DNA, 뭔지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라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생각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제삼자의 시각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면 그 사람의 단점과 그릇된 생각이 쉽게 보이듯이. 더 나아가, 창조주의 입장이라면 나의 이야기가 어찌하면 더욱더 풍부해질지 알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미친놈처럼 창조주의 입장으로 나에게 떠들었다.
"응신이는 좀 재미나게 살았으면 좋을 것 같다. 어릴 적 개구쟁이처럼 누군가를 놀라게 할만한 일을 하거나, 웃음기 많은 장난을 좀 하면 더욱더 좋을 텐데. "
"좀, 행동했으면. 스스로의 재능을 의심할 시간에 뭐라도 하나 더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믿고 해 봐라 해봐도 어찌나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많은지."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 줄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면 좋으련만. 어릴 적에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도 그리던 모습 대신 억지로 꾸역꾸역 인정을 받고자 발악하는 모습이 좀 안쓰럽다."
"이야기가 풍부해지기 위해 좀 더 많은 것을 경험했으면 한다. 요즘 들어서 집중도 못하면서 집안에 처박혀있는데 그럴 바에는 전시회나, 좋은 영화라도 볼 것이지. 허구한 날 커뮤니에 들어가니 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자면... 올바른 고난을 더 많이 겪기를, 위대한 이야기에 어울리는 고난을 극복하고 새롭게 태어나길 바란다. 그래야만 더욱더 이야기가 풍성해지니."
진실로 창조주의 입장이 되어서 나를 바라볼 수는 없지만, 인간의 가장 큰 무기는 타인을 입장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데 있다. 그러니, 어쩌면 우리 모두 제삼자의 혹은 창조자의 입장으로써 우리에게 진실된 조언을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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