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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기영어 Jan 08. 2020

한국인의 종특, 오스트리아인이 바라본.

소제목 없음



스타를 하거나 게임을 안다면 종족에 따라 그 특징 있다. 저그, 프로토스, 테란에 이르기까지 그 특징에 따라 서로 강약을 갖고 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친구로부터 제삼자의 입장으로 한국인 종특을 듣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녀의 상황이 어떠한지 공감하고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오스트리아에서 연구실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거기 랩실은 유독 한국인이 많은 편인데 그녀는 꽤 한국인에 대해 실망한 눈치였다. 아니 실망보다는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그녀의 연구실과 한국인 학생들과의 계약은 주 20시간이나 한국인들은 50시간은 거뜬히 넘기기 일쑤며 랩실 총책임자이자 사장을 이를 영악하게 이용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그녀가 짚고 넘어간 행위는 현지 법상 엄연한 불법이며 이러한 사실이 발각되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키기에 그녀는 한국인들에게 20시간 이상 일을 하지 말길 간청했으나 한국인들은 이를 무시하기 일쑤였고 매니저 역할뿐인 그녀보다는 총괄 보스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것이 불만이었다.

기어코 근래에는 랩실에 불화가 터졌는데 새롭게 발견된 사실을 같은 동료에게 알리지 않고 오롯이 보스에게만 전달해서 랩실 동료 간 언쟁이 오고 갔다는 것이다.

거기다 더욱더 나를 화나게 만든 것은 랩실 보스가 한국인 여성 학생에게 직접적인 터치 어깨나 머리를 만지는 행위가 잦은 편인데 이를 가만 볼 수 없었던 오스트리아 친구는 한국인들에게 그런 행동에 강력하게 대응하라 했지만, 한국인들은 그저 높은 지위에 사람에게 아무런 대응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며 왜 그런지 오히려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거기다 해당 연구실에 더 오래 계약 상태에 있고자 열심히 하는 척한다는 것이 그녀의 또 다른 불만이었다. 연구 진척은 안 되는데 앉아만 있다며 나에게 토로했다.


그렇기에 내가 요즘 열정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에 신물 난 듯이 반응했다. 쉬라고 왜 그렇게 열심히 인지, 한 번뿐인 인생 왜 이리 열심히 인지, 만약 하더라도 척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 모든 이야기를 듣자 주마등 스치듯이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그 고유의 문화가 내 몸속 구석구석에 스며져 있음을 직감했다. 왜 연구실의 학생들이 그러한 행동을 자연스럽게 했는지 왜 부당한 일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 왔는지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답답함과 분노, 안타까움이 뒤섞였다.

70~90년대 열심히 장시간 노동이 성장과 직결되던 조직문화와 부조리한 힘과 권력 앞에 반기를 들지 않는 것을 미덕이던 그 구시대적 문화 잔재가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 할 젊은이들에게도 이어져 온 것이다. 그것이 한국인의 종특이 되었고 그 문화를 먼 타국인에게서 듣게 되자. 슬펐다. 분명 그 학생들은 그러고 싶은 것이 아닐 텐데. 왜 그러한 문화를 가지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나 자신이 슬펐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가졌는지 지금 점점 더 나아지고 있어서 이야기했지만, 그 찝찝함은 가시지 않았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큰 잠재력이 있고 더 나아질 것이라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그렇기 위해서는 나부터 변해야 했다. 무엇인가 하는 척하지 말고, 부조리한 권력과 힘에 눌리지 않도록 힘을 키워야 한다. 그 힘은 나를 알아가고 공부하는 것이기에 오늘 배움을 적고 곱씹는다. 잊지 않도록. 더 나아지도록.

빈에서 브레멘으로 돌아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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