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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기영어 Jan 22. 2020

1시간 강의를 했다. 그것도 영어로

나의 영웅들에 대해서

   

정확하게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강의한 것이 아니라 나의 친구에게 강의했다. 그 친구는 폴란드 여행에서 알게 된 친구인데. 첫인상이 좋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자기를 비하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몇 주 전 여행 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진지한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난 그때나 지금이나 신영준 박사와 Jordan B Peterson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열변을 토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나는 평생 여자와 사귈 수 없느니, 나는 재미없는 사람이니 하길래 진짜 다음에 만나면 한 대 쥐어박아줘야겠다 싶었는데. 오늘이 그날이었다.      


식당에서 그 친구한테 요즘 근황 이야기를 물어봤다. 대답은 간단했다 "난 재미없는 놈이라서 딱히 이야기할 게 없어."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친구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삶의 의미가 부족했다. 행동을 통해 하루하루 발전해 나가는 자신 모습. 더 나은 미래의 모습을 그 친구는 상상하지 않았다.    

  

그렇게 본격적인 강의를 위해 카페로 자리를 옮긴 후 공책을 폈다. 그리고 나의 영웅들의 행동과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먼저 그 친구에게 자신에 감정에 문제가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이야기할 친구가 있냐 물어봤다. 없다 한다. 그렇게 강의가 시작되었다. Love Factually 책에서 읽은 4가지 애착 유형을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대인관계에 관해 설명했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으며, 자신의 주관적 감정을 객관화시키고 자신에게 있어 최선이 되어 줄 인간관계 쌓아야 한다. 그 안정적인 대인관계를 추구하는 사람의 특징은 도움을 구할 줄 알며 자신의 감정을 공유함으로써 심적 안정감을 누린다. 그 친구에게 강조했다. 관계를 형성하고 그것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그리고 의미에 관해 이야기해 나갔다. Jordan B Peterson의 강의에서 들었던 것들의 나만의 방식으로 말했다. 우리에게는 의미가 필요하며 추구해야 할 목표가 필요하다. 그에 따르는 반발 작용 고난과 역경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 A-B로 전혀 알지 못했던 곳으로 가기 위해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모두 펼쳤을 때를 상상해 보라 했다. 분명 그 친구가 외적으로 뛰어나거나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뛰어난 면모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친구는 분명 사진과 사물을 다루는 능력이 타인보다 출중했다. 인간에게 다양한 게임이 존재하고 거기에 정상에 오를 때 모두가 손뼉 치며 존경한다 강조했지만 그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자신의 재능을 하찮게 여기고 별거 아니라 생각했다.      


그래서 Man's search for Meaning에 대해 언급했다. 아무리 지옥 같고 지옥보다 더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은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 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사과 사를 나누는 처절한 고통 속에서 영웅들은 희망을 택하고 긍정을 택했다. 한없이 약간 인간으로서 주변 상황을 바꿀 수 없음에도 자신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선택할 수 있다 했다. 왜 굳이 더 나쁜 상황으로 자신을 몰고 가며 자신을 하찮은 존재라 여기느냐 되물었다. 얼마나 그 친구가 참담한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왜 더 나아질 수 있는 선택이 여기 이렇게 버젓이 있는데 왜 더 자신을 비루하고 비참하게 만드느냐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      


상상해 보라 했다. 네가 원하는 미래로 가기 위해 지금 네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미래에 도달했을 때 네가 가진 가능성을 다 펼쳤을 때 넌 지금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이 말을 또 반복하고 반복했다.      

결국, 나의 말들을 곱씹어 보니 나에게 하는 말이다. 그 말이 나에게 닿는다. 그에게 하는 말이 나에게 하는 말이다. 그렇게 그 친구가 인스타그램에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글을 보았을 때 번쩍했다. 나의 말이 누군가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닿았구나. 나의 영웅들의 말이 나에게 닿았구나. 

코끼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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