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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기영어 Jan 23. 2020

사랑을 통해 뭘 원해?

이성에게서 뭘 원해?


솔직히 연애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다.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만 깊게 생각했을 뿐 객관적으로 다 얕고 짧게 끝났을 뿐이다. 그래도 예전처럼 사랑에 목매어 누군가를 애타게 목놓아 부르지는 않는다. 분명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내면의 힘이 생겼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받는 사회의 압박은 진즉에 떨쳐 버렸고. 애인이 있든 없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독이란 건 애인이 존재 여부를 떠나 무조건 평생을 따라다닐 터이다.      


그렇다고 사랑을 포기했다는 것은 아니다. 매력적인 여성을 보면 말을 걸어보고 알아보고 싶은 마음은 남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구니까. 나 또한 예외 일 수는 없다. 그래서 근래에 데이트한 친구와 진전 없이 애매하게 흘러가는 가운데 오늘 독일에서 연애의 멘토에 가까운 친구에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객관화하는 과정이다.      


상황을 요리조리 잘 설명하고 지금에 이르러 정신적으로 성장해 그녀가 날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는 나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는 것까지는 깨달았다 말했다. 하지만, 멘토가 보기에는 그 깨달음을 다른 이들에게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을 보니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에  남들에게 떠들고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하였다.


그것도 정확한 관찰이라서 놀랐지만 나의 마음을 가장 후벼 팠던 질문은 난 상대 여성으로부터 무엇을 원하냐였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남성으로서의 육체적 욕망이 존재했고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 가장 약한 부분을 거리낌 없이 지적해 주고 보듬아줄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이렇게 임기응변으로 답을 했지만 거침없는 질문을 받으니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내가 뭘 원하지? 외모, 육체적 욕망을 떠나서 그 사람으로부터 무엇을 원하지?". 막상 사랑에 관한 책도 읽고 그것을 통해 토론하면서 많이 배웠지만 정작 나에게 적용하는 마지막 문제를 풀지 않았었다.


"그래서 너의 구체적 이상형은 뭐야?" 친구의 이 질문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우리 작은엄마. 그분이 내 이상형이야 " 작은엄마께서 우리 3남매에 보여 준 헌신과 지혜로운 여성의 모습은 언제나 나에게 우상과도 같았다. 그분의 모습을 찬찬히 떠올려보니 똑 부러지는 성격에 어머니를 대신해 전혀 피하나 섞이지 않은 나를 위해 매번 초등학교 운동회에 도시락을 싸 주시고 애정 어린 관심을 보여주셨다. 타인을 배려하고 인정을 베풀 줄 아는 모습에서 난 언제나 고마움을 느꼈다. 또한, 삼촌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애쓰신 것을 생각하면 그 강인함에 경외심마저 든다.          


"그게 네가 이성으로부터 원하는 것이라면 적어봐, 어떠한 매력과 어떠한 가치관이 너에게 가장 우선시 되는지" 결국 이성을 만나는 것도 사랑을 시작하고 끝을 내는 것도 나로 시작해 나로 끝나게 된다. 내가 어떠한 가치를 우선시하고 내가 어떠한 사람인지 알아야 그에 맞는 이성을 찾을 수 있다.      


분명 제 짝을 찾을지 언젠가 찾을 수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이성을 통해서 무엇을 원하 지는지 생각해 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나에게 있어 외적 아름다움을 제치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동정과 아량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내게 필요하다. 이제 목표를 적었으니 탐색하고 모험을 떠나는 일이 남았다.

호수, 태양. 나.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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