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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기영어 Jan 25. 2020

독일에 와 헛공부한 게 탈로 났다.

이 꽉 물어야 한다 그리고 엉덩이에 힘줘야 한다.  

독일에 와 수업을 듣는 것 까지는 괜찮다. 발표를 하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까지나 과제면에서 질적인 차이를 보일 줄 몰랐다. 한국 대학교에서 논문을 참조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주장과 근거를 통해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 까지는 배웠다. 또한 기본적으로 웬만한 대학들은 글쓰기 수업을 필수 교양으로 넣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 개인적으로 영어작문도 기초가 안되어 있어서 좋지 않은 성적을 받았던 것도 기억이 난다. 그렇다 보니 말은 잘하는 것처럼 꾸밀 수 있기에 토론 수업을 골라 들었던 것이 기억난다.   


글은 그 사람이 밑바닥이 얼마나 되는지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 여과 없이 기록된 문자로 그 사람의 생각과 밑천이 여실이 드러나는데 대학교 과제라고 다를 것이 없다. 거기다 독일에 와서 기가 막힌 노릇은 이 글쓰기에 있다. 여기서는 글쓰기가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 


한국에서는 몇몇 수업들의 스타일에 따라 요리조리 학점을 어떻게든 잘 받는 요령을 피울 수 있었다면 여기서는 어림도 없다. 출결은 참여 하든 안 하든 학생의 선택권에 달려있다. 어느 정도 토론이 필요한 수업은 당연히 출결이 영향을 준다. 하지만, 수업에 참여한다는 것은 교수가 원하는 방향에 대해 감은 잡아 과제를 제출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 결국 과제가 전부이다. 그렇기에 학기 마지막 Term paper의 교수가 학생들로부터 원하는 양과 질만큼은 한국과 비교 불가이다.  


국제 논문 Form 기준에 맞게 작성하길 요구하는 교수가 대부분이다. 내가 듣는  Social Linguistic수업은 자신이 원하는 Social linguistic주제를 정해서 그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관찰 결과를 도출해서 보여줘야 한다. 이러한 수업들이 대부분이며 3학점을 받기 위해서는 가히 준 논문급의 과제를 제출해야 한다. 그에 걸맞게 학생들은 EBSCO, Taylor 등 어디서 기본적 자료를 구할 수 있는지 저학년부터 철저하게 교육을 받는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다. 1달 반의 과제 제출 기한이 남긴 했지만 이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초심자의 마음이라고 실수할 것은 감안하고 일단 써내려 가는 게 옳지만 막막한 마음에 손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매도 먼저 맞는 게 좋다고 한국에 있을 때 미리 이러한 교육을 철저하게 받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고통을 통해 난 성장할 것이다. 어디 한번 제대로 맞아보자. 이번 학기는 정말 마음 단단히 먹고 매 맞을 시간이다. 일단 맞기 전에 이 악물고 엉덩이에 힘 꽉 줘야 한다. 그나마 덜 아프게.

부엉이.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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