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에서 벗어난다.
무엇인가를 꾸준히 오랫동안 한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새삼 없는 듯하다. 작은 일이지라도 꾸준히 하면 그게 결국 쌓이고 쌓이기 마련인데. 미련하게 원대한 목표, 혹은 욕심으로 인해서 삶의 원동력이 꺼지고 말았다. 커다란 욕심이 왜곡되고 변질되어 뭔가 대단한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이르렀고.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기에 몇 년간 냅다 무작정 달리기 만했다. 하지만,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작은 실천이 나에게 필요했었다. 그 작은 실천이라는 아주 간단한 원리를 잊고 지냈기에 큰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 무기력증의 조짐이 있었다. 처음에는 대책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이 시작이었다. 책을 읽는 시간이 줄었고 대신 핸드폰을 보는 시간이 늘었다. 밤낮이 바뀌게 되었고 결국 사람을 만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큰 무기력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밤낮이 바뀌었기에 온라인 수업을 하루 이틀 빼먹기 시작하고 더 나아가 수업 준비는 하지도 않게 되었다. 어느 날은 정말 아침부터 저녁까지 침대에 누워서 천장만 바라봤다. 사람과 연락하는 것조차도 힘이 들고 배가 고파도 밥을 먹으러 가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져 하루를 그냥 굶었다.
졸업은 해야 하니 과제를 들춰보지만 지금까지 무시해온 일들이 얽히고설켜 절벽 끝에 서 있는 듯 아득하게 느껴졌다. 평소면 충분히 할 일들을 며칠 몇 시간이 걸리는 지경에 이르렀고 책상에 앉으면 숨이 턱 막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람이 바보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구나 하고 절실히 느꼈다. 뇌가 점점 빈 깡통이 되어간다. 다행히도 꾸준한 운동과 아주 작은 단위의 목표, 하루에 실소가 터질 정도로 쉬운 일들을 시작하니 조금씩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고 삶의 통제권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 거창한 에세이 대신, 10분 글쓰기, 그림 그리기, 하루 하나의 과제만 하기 등. 정말 너무나 쉬운 일들을 하고 있다. 역시 일에 대한 성취는 큰 한방이 아니라 작은 행위들의 집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