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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기영어 Jun 15. 2020

해외에 있다고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는 않더라  

 독일에 온다는 것 자체에 허무맹랑한 의미부여를 했었다. 독일에서 새로운 언어, 친구, 학업, 여행, 축제까지 소위 꿈만 같은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로 부풀었다.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1학기 학교생활을 한 뒤. 유럽발 코로나가 터지자 급격하게 상황은 변해가기 시작했다. 블랙스완, 즉 예측하지 못한 거대한 충격에 무방비 상태로 당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독일에서 지낸 지 9개월이 지났다. 지난날 내가 뭘 했는지 뒤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독일어는 초급에 머물러있고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로부터 배움을 얻은 것은 하나의 큰 수확이다. 즉, 장소가 한국에서 독일로 바뀌었다 해서, 번지르르 큰 목표를 세웠다고 해서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 속에 작은 실천들 독서, 운동, 글쓰기를 통해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 내가 확실히 통제하고 성취해 낼 수 있는 작은 일들에 집중하자 조금씩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말 작은 일들이다. 지금까지 터질 것 같이 부풀어 오른 망상적 계획의 크기를 줄이고 지금 개인의 상황에 맞춰 아주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금 나에게 가장 큰 문제는 학교라는 통제된 공간이 사라지고 난 뒤 온전히 온라인 수업을 따라잡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쌓이고 쌓인 온라인 과제는 오르지 못할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다. 무력감으로 인해서 학업에 손을 놔버린지 몇 달이 지나고 말았다. 그렇기에 극약 처방으로 하루에 딱 하나의 과제만을 한다는 규칙을 세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루에 딱 하나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즉, 큰나 큰 문제를 쪼개고 쪼개 하나의 일 정도는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결국 오늘 가장 쉬운 하나의 과제를 마무리지었다. 과거 도서관과 카페에서 몇 날 며칠 밤을 새워가던 것에 비해 보잘것없이 작은 일이지만 약해질 대로 약해진 나의 의지력에 이 작은 성취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다.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적 위기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학교 수업과 글쓰기는 분명 내가 통제할 수 영역이자 해 낼 수 있는 일이다.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은 바람처럼 흘려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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