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세상에…."
근 몇 주 내에 이런 식으로 출판사와 미팅을 가지게 될 것이라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제 학교도 졸업 했겠다. 그저 평범하게 혹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취미 삼아 그림이나 그리자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웠는지 무의식이었는지. 취업 준비보다는 프리랜서 책들과 마케팅 관련 책을 읽으면서 내 그림을 프리랜서 플랫폼에 조금씩 홍보 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신생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어머나 세상에…."
속전속결이었다. 내 그림이 마음에 드신다며 미팅을 가졌다. 그리고 미팅을 통해 내가 얼마나 나부랭이인지 단번에 깨달았다. 내가 그림을 좋아하고 어떠한 일들을 해왔는지는 청산유수로 말했으나. 내 그림의 가격. 내 그림은 도대체 얼마인가? 라는 질문에 할 말을 잃었다.
장 당 가격은 평균 시세로 준비했지만, 출판이 될 경우 인세, 계약 문제, 그리고 저작권 문제까지 생각하니 머리속이 백지가 되었다. 좋아해서 그림을 그렸지만, 이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는 갓난아기였던 것이다.
"응신씨, 다음 주 중으로 견적서를 좀 보내주시면 저희가 검토해보겠습니다."
" 아, 네 그럼요. 바로 준비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어쩌지? 도대체 이 출판 계약이라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견적은 어떻게 불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데!'
시간이 참 야속하게 흘렀다. 유사 경력은 많았지만. 실질적으로 출판사와 협력해 정식 출판한 경험이 없었으니 그것이 문제였다. 내 그림의 값어치는 도대체 얼마인가?에 질문 내리기 너무나 어려웠다. 일당으로 쳐야 할까?
더욱이 장기 프로젝트로 이 출판계약을 진행 할 경우. 꼼짝 없이 올해 내내 동화 작업을 해야 하니 만큼 이 계약을 통해 올해 내가 버틸 수 있느냐 없느냐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 취업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와중에 이 달콤한 제안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래도 이번 미팅으로 통해 확실한 수확을 얻었다. 상대방을 설득 시키기 위해서 그에 합당한 정보가 필요함을 말이다. 그와 함께 뭔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나침반을 제대로 향해 가고 있다고 말이다.
(Emotime, 감정 몬스터, 김응신,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