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하지도 뉴하지도 않습니다만

2024년 회고록이자 2025년의 다짐

by 아무개

초를 치는 사람으로도, 소위 말하는 ‘T발롬’으로 남고 싶지도 않지만, 2025년은 유독 나에게 ‘해피 뉴이어’의 느낌은 아녔다. 97년생, 이제야 직장인 3년 차를 간신히 넘긴 나에게 새해는 더 이상 행복하지도, 새롭지도 않았다.


연말이 뒤숭숭해서, 내 개인적인 감정이 충돌해서, 또는 늘 그렇듯 계절을 타는 시기여서 그럴 수도 있다. 나는 T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F가 100%에 가까운 사람이니까. 혹은 완벽주의자 성향이 툭 튀어나와서 2025년은 더 나은 사람, 더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는 부담감 때문일 수도 있다. 여러 핑곗거리가 있겠지만 정말 2025년은 해피하지도, 뉴하지도 않았다.


이유를 찾아봤다. 알아가는 단계에서 잠적했다가 홀연 듯 연락이 다시 온 그녀 때문일 수도 있고, 내 능력 밖의 일들을 감당하려다가 결국엔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됐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남들 다 준비하는 결혼의 기역 자도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떤 이유든 사실 이제는 해결하기도 어렵고, 극복하기도 어려운 흔적처럼 남았다. 결국에 떠안고 2025년을 맞이했고, 시간은 준비되지 않은 나의 발목을 붙잡고 질질 끌고 갔다.


시간은 참 빠르다. 항상 느끼지만, 내가 못한 건 다 과거에 있다.

이번 신년에는 ‘안 하던 짓’을 해보고 싶었다. 이를테면 사람들에게 먼저 신년 인사를 드리고, 먼저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부끄럽게 고마움을 표하고 등 약 28년 가까이 살면서 안 해봤던 걸 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참 간사하게도, 크게 변하지 않았고 나는 제자리였다. 그나마 다른 걸 해봤다면, 기부를 했고 — 물론 순수한 마음은 아녔다. 세액공제라는 큰 베네핏이 아른거렸다 — 금액만큼이나 기분이 좋아지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그러나 본질적인 ‘나’라는 존재는 크게 변하지 않았고, 이는 1월 1일의 우울함에 기여했다.


그래도 올해는 글을 더 많이 써야지, 책을 더 많이 읽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입사 후 감정은 더 메말라졌고, 내가 ‘나의 글’을 쓰는 것조차도 어려울 정도로 나에게 몰입하는 시간도 부족했다. 또는 내가 나를 보여주는 거에 겁이 나기 시작했다. 분명 어떤 사람은 나를 생각보다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근데 단지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나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보여줬고, 이를 거절하거나 쳐내기에는 애매해 그저 관망하는 걸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친한 친구에게만 스토리를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 입사 후 내 개인 계정을 볼 시간이 없던 터라 많이 신경 쓰지 못했는데, 최근에 이 명단을 보니 생각보다 놀라웠다. 1년에 한 번 연락조차 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사람도 자리했다. ‘친친’을 추가할 때만 해도 나는 그들과 친해지고 싶었거나, 친했거나, 친하다고 착각했을 텐데, 그때만 해도 친해지고 싶었던 마음이었겠지만 돌이켜 보면 모두가 착각이었던 거 같다. 나는 생각보다 호감을 사는 타입이 아니고, 누군가가 다가오길 바라나 가까이 가는 사람은 아니기에.


그래도 나는 그들에게 ‘내 바운더리에 넌 항상 있어’라고 내심 티를 낸다. 그래야 이들이 나를 안 떠날 거 같아서. 그럴 정도로 내가 아낀다는 걸 어떻게서든 표현을 하는 거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그들의 바운더리 밖에 내가 위치한 걸 어느 순간 알아챈다. 이때 오는 배신감은, 곧 서른을 앞둔 나에게도 여전히 버겁다. 아직 철이 덜 든 탓일 수도 있겠지만.


새해에는 많은 기대를 걸지 않으려고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보다 ‘올해는 무탈하게 보내세요’라고 말하는 내 말버릇처럼, 그저 2025년은 아무 일 없이 평화롭기를 바란다. 복도 나에겐 큰 기대이고 실망일 수도 있다. 나는 그저 지난해에 문제 삼고 손가락질했던 걸을 올해 안에만 고쳐낼 수 있길 바란다. 부족한 건 너무 많고, 뚜렷한 장점 하나 만들기는 너무 힘드니까. 올해는 조용하고, 나답게 보내면서 30대를 앞두고 인간관계를 정돈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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