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별회에 사람을 초대하라고요?

골든차일드도 가능한가요?

by 서향

퇴사 의사를 밝히고,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에 A 대표가 나를 불렀다.

"서향 씨 만날 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라고 하면서. 처음에는 그냥 별 얘기도 아닌 것들을 하다가,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퇴사 전에 한 번 밥 먹자. 언제가 좋을지 알려줘."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누구를 초대하고 싶은 지도."


순간 내가 잘못들은 줄 알았다. 그냥 대표들하고 밥 먹자는 얘기가 아니었던 건가? '초대'라는 표현이 다른 사람에게는 어색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뭔가 '일'이 생겼을 때, 또는 대표가 직원 하나를 케어(?)하기 위해서 밥을 사줄 때, 단둘이 가기 어색할 거 같아서 다른 직원을 '초대'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초대'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지금 왜 '초대'라는 단어가 나온 거지? 내가 좀 머뭇거리자, 대표가 다시 말을 보탰다.

"송별회 비슷하게 해 주고 싶어서 그래."

송별회면 송별회지, 비슷한 것은 뭐 지라고 생각하면서, 대답할 말을 좀 골랐다.

"아, 그러면 그냥 다 같이 점심 회식은 어떠세요?"

대표가 순간 당황한 눈빛을 보였다. 일 년에 한 번 할까 말까하는 회식이라서, 이번 기회에 하자는 건데, 그렇게 싫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좀 덧붙이자면, 대표들은 사실 회식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그런데 그 회식은 저녁때 시작해서 새벽 3~4시까지 진행되는 것을 말한다. 즉, 그들에게 '점심 회식'이라는 단어는 없는 것이다. 대표가 좀 머뭇거리는 것 같아서, 내가 다시 말했다. "지하에 있는 뷔페에 가면, 자유롭게 먹고 좋을 것 같은데요."

그랬더니 대표가 결국 입을 떼었다. "아니, 사실 이번에 퇴사자가 좀 많거든. 서향 씨 합쳐서 총 3명이야."

아, 이제서야 상황이 파악되었다. 그래도 나는 4년 이상 일하고, 표면적으로 '인재'이기 때문에 송별회를 해 주고 싶지만, 나머지 2명은 나가든 말든 상관이 없었기 때문에 송별회도 아깝다는 게 이유였다. 그리고 나도 순간적으로 기세에 눌렸다. "아, 그런 거라면..."하면서 3년차 이상 직원과 임원이면 될 것 같다고 하고, 나중에 날짜를 정해서 알려주기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대표랑 이야기할 때는 기세에 눌려서 나도 모르게 몇몇 사람을 이야기했지만, 대표실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바로 후회했다. 그냥 끝까지 밀어 붙여서 나머지 2명 퇴사자의 마지막 출근일 전에 다 같이 회식하자고 말했어야 했는데... 그리고 지금은 그 기회도 잃어버렸다. 그 이야기를 하고 다음다음날이 첫 번째 직원의 마지막 출근일이었다는 것을 전날 알아버렸고, 대표에게 말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지, 그 직원의 마지막 출근일 오후 3시에 갑자기 대표들과 이야기를 하고 나온 헤드가 "자, 여러분, 디저트 타임입니다. 얼른 일어나세요."라고 외쳤고, 다들 영문도 모르는 채, 헤드가 이야기한 카페로 향했다. 나중에 조금 자세히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이 회사는 입사와 퇴사가 매우 조용하다. 그래서 나도 휴가를 신청하다가 첫 번째 직원의 마지막 출근일을 알았기 때문에, 그 직원과 직접적으로 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날이 마지막 출근일인 줄 몰랐을 것이다.


(수플레 사진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안 찍었군.)


어쨌든 갑자기 디저트 타임이 시작되었고, 1시간은 무조건 놀자고 대표들이 말했다. 4인당 1개의 수플레와, 1인당 1개의 음료가 제공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퇴사자 3명이 있다고 하고, 내 이름도 나왔다. 그리고 나는 놀랐다. 내 근처에 앉아 있었던 헤드랑 대표가 총애하는 직원이 동시에 "그러시더라구요."라고 하는 것이다. 말투로 보아, 하루이틀 전에는 알았다는 눈치였다. 이야기가 전달되었는데, 왜 인수인계 관련 이야기는 없었을까 의아했다. 디저트 타임에서는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하필이면 내가 앉아 있던 테이블의 구성원이 지방 출신 4명과 서울 출신 1명이라서 그런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그다지 생산성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날로부터 1주일 정도 시간이 지났고, 나를 제외한 2명은 모두 마지막 출근일을 맞이했다. 1명은 퇴근 시간이 지나고도 30분 정도 이후에 집으로 갔고, 나머지 1명은 오후 3시가 되자 대표가 집으로 보냈다.


이제 남은 퇴사자는 나 1명. 그런데, 첫 번째 직원 퇴사 전날 티타임을 가지다가 A 대표에게 한 소리를 듣고 난 이후라서 지금 살얼음판이다. 보통 퇴사자가 있으면 여기저기 다니면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회사만 다녔던 나로서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하지만 그 이후로 대표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껄끄러워졌다, 아니, 그들이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나의 송별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일단 나의 마음은 '전체 점심 회식'이다. 하지만 그것을 대표들이 받아줄지 고민이긴 한다. 왜 이런 것을 내가 고민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겠지만, 그런 회사인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제는 한 자릿수의 출근일이 남아 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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