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민 May 18. 2023

166~180

166

난 이제 더 이상 엄마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스스로 성장한 것 같은 아주 우쭐하고도 황당한 생각이 든다. 고작 내가 못 이겨낸 자신의 문제를 엄마에게 덮어 씌워 화풀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건 그동안 내가 얼마나 못되고 못난 사람이었는지 깨닫게 하는 동시에 미처 알지 못했지만 항상 내 곁에서 나를 묵묵히 사랑해 준 엄마의 그 기나긴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167

나의 아이돌 사랑은 유구해서 스스로도 지겨울 정도인데, 이번에 열린 팝업스토어에 갈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굳즈보단 주식! 앨범은 환경을 생각해서(?) 당근마켓에서 구입! 나의 아이돌 사랑도 시대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168

자꾸만 ‘쉬고 싶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고 늘 피곤한. 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의 반복을 끊어내기 위해선 내가 에너지를 받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타인의 에너지 쓰는 방법을 무작정 따라 하게 되면서 자꾸만 기만 빨리고 더더욱 소진돼 버려 아무리 충전해도 30퍼센트 이상은 충전되지 않는 배터리 같은 상태가 되어 버린다. 110 볼트 코드를 가진 인간에게 220 볼트의 충전법은 맞지 않다. 적어도 그 둘 사이를 연결시켜 줄 ‘돼지코’라도 찾아내야 이 세상에서 살아나갈 수 있다.


169

글쓰기도 데생처럼 묘사든 뭐든 하나씩 쌓아가면서 완성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170

무언가가 나를 휩쓸고 간 그 자리를 그대로 두지 말고 하나씩 정리해 보자. 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다.


171

‘네’와 ‘좋아요~’는 ‘하늘’과 ‘땅’ 차이. 아니 ‘우주’와 맨틀 밑 ‘핵’ 만큼의 차이


172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되는 화풀이. 심지어 자신에게조차


173

‘나‘라는 사람의 인생을 한 문장, 또는 한 문단으로(타이포그래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나‘는 쉼표 위에 있을 수도 띄어쓰기에 있을 수도 이미 마침표에 왔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 모든 것이 있었기에 그 문장이 완성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어찌 보면 공란처럼도 보이는 단어와 단어 사이에서 끝없이 유영 또는 부유했지만 그래도 문장의 완성을 위해 나아갔다. 그 무엇도 뺄 것이 없었다. 그러니 후회는 없고 상관도 없다.


그게 뭐냐고, 그게 무슨 책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렇게 답할 수밖에.

그게 책이고 그게 인생이고 그게 나라고


174

평생 학습 차원에서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때 ‘선행 학습’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안 좋은 점은 다른 수업과 비교했을 때 수업을 받는 나 자신의 자세부터 다르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가르치는 사람을 향해 ‘어디 한 번 해봐라’라는 마음을 가졌었다. 그리고 기대보다 못하면 ‘그럼 그렇지’ 하면서 그저 그 시간을 때우게 됐는데 점수는 그럭저럭 잘 나올 수는 있어도 배움의 기쁨은 확실히 없었다. 낮은 점수를 받을 각오를 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시간도 배움도 행복도도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른인 나도 이럴진대 아이들에게 ‘선행’을 권장하다 못해 강요하는 이 사회에서 ‘배움’은 얼마나 재미없는 것이 되어가는 가에 대해 확실히 느끼게 되었다. 고로 ‘공부하기 싫어’는 단순히 공부만 하기 싫다는 소리가 아니다. 한 장소에 묶여 시간을 눈에 안 띄게 적당히 때우는 것의 괴로움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175

내가 아닌 타인의 마음은 좌지우지할 수 없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고로 내 감정의 주인이 누구인지 스스로 잘 살펴야 한다. 내 감정이 출렁댈 때는 그것을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타인에 의해 부정적인 감정의 쓰나미처럼 정면으로 맞아야 하는 건지. 한 가지 확실한 건 내 안에 방패가 든든하면 쓰나미든 좀비든 천둥이든 내 마음은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단단한 방패를 만들기에는 여러 시련 아닌 시련을 겪기도 하지만 끝내 이겨내 버리면 나는 내 감정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 그러면 나는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가 참 어려운 법이지… 아마… 어려울 것이다. 나도 아직 잘 모르니까.


176

매일 아침 머리를 말리며 생각한다. ‘이놈의 머리칼. 왜 이렇게 많지’. 많아도 문제 적어도 문제. 뭐든 적당한 게 좋은데 그런 건 없다. 항상 차고 넘치거나 너무 적다. 단순히 머리칼 문제만은 아니다.


177

어제 좋았던 사람이 오늘 안 좋기는 드물지만 몇 년 사이에 사람이 변하는 건 흔히 있는 것이다. 그럼 사람이 눈에 띄게 한 번에 확 변하느냐 그건 아니겠지만 어느새 보면 변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루에 1도씩만 변해도 1년이면 365도. 그래서 사람 변하는 건 금방이구나 싶기도 하다. 고작 1년이면 세상에서 안 변할 게 없다.


178

‘글’을 쓰기로 결심하면서 한 번도 억지로 쓴 적이 없었는데, 어쩌다 꾸역꾸역 쓰는 게 생겼다. 일은 힘들어도 꾸역 꾸역이 잘 됐는데, 즐겁다고 생각한 일을 처음으로 꾸역꾸역 하려니 고역. 그러나 너무 당연한 일이겠지. ‘일’이란 건 언제나 같을 수도 꾸역꾸역 안 할 수도 없는 것. 예외란 없다


179

사람이 모여서 좋은 점만 볼 수는 없겠지만 나쁜 점만 도드라지게 보이게 되면 정말 극악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사랑하는 마음이 기본이지만 과정에서 서로 깊은 상처를 주고 또 혼자 상처받은 채로 놔두지도 않으며 계속해서 괴롭힌다. 진정한 자유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함께 있어 행복하다는 건 허상에 불과한 것인가. 괴로울 때 끝없이 괴로운 생각만 드니 이런 생각까지 든다


180

‘애들이 적으니 더 잘 치료해 줄 수 있겠다’가 아닌 ‘병원을 없애버리자!’라는 발상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저출생 문제는 해결할 수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151~16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