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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민 May 26. 2023

181~190

181

나는 웃긴 게 싫다. 유머는 본래의 의도가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유머 안에선 항상 권력관계가 느껴진다. 항상 그 유머를 쳐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사람만 그걸 모른다. 그래서 권력자인 것이다. 


182

여기 후배들의 신임을 못 얻고 있는 세 사람이 있다. 난 어쩌다 이들에게 ‘아이가 아파서…’라는 말을 하게 됐는데 이들의 반응은 각기 달랐다.    


1) 아이고, 고생하네. 수고해

2)일에 차질 없게 해

3) 2번 분이 ‘일에 차질 없게 하라’고 했지만 난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고 네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일에 차질은 없게 하면 좋겠어


셋 다 선배 또는 상사라면 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뉘앙스는 묘하게 달랐다. 이로써 후배들이 나에게 1번에 대한 하소연을 할 때 알게 모르게 편을 들어주게 된 이유를 알게 됐다. 적어도 1번은 최소한의 상황은 가린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달까. 할 수 있는 말을 할 입장이라도 굳이 안 하는 사람과 하는 사람의 차이는 단 한 사람이라도 얻느냐 아니냐 정도가 아닐까. 아니면 내가 2,3번에게 딱 그 정도만 필요한 사람이어서 그럴지도. 그럼 나도 그들이 필요 없지


183

숨만 쉬어도 돈이 드는 세상이라면 거의 숨을 쉬지 말란 뜻이다. 아니면 숨을 어디서 대여해서 쉬라는 것이지. 그 대여에는 돈이 들고 그게 없으면 또 대여를 하고 그게 없으면 비용 지불을 유예하고, 그 지불을 유예하면 종속이 된다. 종속될래, 숨 안 쉴래? 거기에 선택권이 있는 것인가. 


184

어쩌다 나만의 시간을 낼 수 있어 도서관에 왔다. 이른 시간에 왔는데도 사람들이 와서 뭔가를 하고 있다. 누군가는 공부를 누군가는 책을 보고 있다. 누군가는 자고 있는데


185

문학으로 심리치료를 하는 수업을 듣고 있는데, 그 치료법 중에 하나가 자신에 대한 ‘축복일기’를 쓰는 것이라 한다. 나는 이를 바꿔 ‘불만일기’를 하나 쓰기 시작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괜찮다. 내 감정의 쓰레기통을 내 마음 안에서 밖으로 꺼내놓은 느낌이 든다. 주의할 점은 손으로 쓰지 않고 타이핑으로 하는 것이다. 손으로 힘을 주어 꾹꾹 눌러쓰다 보면 없던 우울증도 생길 것 같다. ‘축복일기’는 손으로, ‘불만일기’는 타이핑으로!


186

새로 생긴 도서관을 갈 일이 많아졌는데, 주로 단독 건물로 있기보단 아래층 민원센터에 세 들어 사는 모양새로 건물의 맨 위층의 한두 층 정도를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부동산 천국에서 어쩔 수 없는 대안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도서관을 만들어줌에 고마움을 느낀다. 오래된 도서관도 그만의 맛이 있지만 새로운 도서관도 그만의 맛이 있다. 새로 만든 공간이 많기에 비교적 구간보다는 신간이 많고 깨끗한 상태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내 책은 없네…..


187

확실히 잘 살기 위해선 책만 읽어선 안 된다. 책을 땔감 삼아 다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여기서 책을 땔감 삼는다는 게 중요한데 막무가내로 불을 때다간 초가삼간 다 타버리기 때문에 철저히 전략적으로 공부하면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단 뜻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확신이 들었을 땐 움직이는 게 더 중요하지만. 


188

때론 하고 싶은 말이 분명 있는데 말로도 생각으로도 잘 안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땐 짧은

외국어를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모르는 말이라서 내 마음을 다 표현 못 할 것 같지만 거꾸로 심플하게, 군더더기 없이 내 감정만 쏙 뽑아내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가끔은 외국어로 일기를 쓰기도 한다. 물론 제대로 된 말은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어설픔마저 재미로 변모한다. 


189

아무리 해도 나는 내가 아는 대로 내 생각대로 산다. 억지로 억지로 내 몸을 어딘가에 갖다 놓는 다해도 그렇다. 결국 내 머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심장도 다리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혹시 책을 읽으면 생각이 넓어지고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넓어질까 봐


190

와~ 이걸 어떻게 하지… 싶은 것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들을 하고도 시간이 남는다. 요령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시간 사이사이를 넓혀 또 남는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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